12월, 비상구
김경민
한 사내가 슾 속으로 달려 들어간다
세상은 햇살의 감옥이다
숲은 비밀스러운 계단으로 가득하고
그 주름 속에 잠시 숨기 위하여
사내는 빠르게 햇살 속을 빠져나가는 것이다
나는 한때 가문비나무였던 카페에 앉아있다
서가에 책들이 가득 꽂힌 찻집 의자에서
초록색 비상구 등이 켜진 문을 바라본다
다른 계절로 달려 나가는 유일한 출구
나는 오지 않을 누군가를 기다린다
창밖으로 노란 은행잎들이 바람에 불려간다
몇 마리의 새들은 여린 가지들을 흔들고
한 줌의 햇살과 몇 방울의 눈물이 마른 자국
마음 탁자 위로 푸른 저녁 빛이 내려오면
유리 손가락이 지나간 몇 문장을 적는다
카페 문이 열리고 슾 속에서 여자가 나온다
한때 그녀가 걸었던 슾길도 모두 사라지고
푸른 골목의 발자국들 모두 지워지고
어제의 햇살 감옥이 그녀를 다시 가둔다
비상구 속으로 지금 누군가 달려 들어갔다
『월간 에세이』2012년 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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