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이름에게
설흔 한날 가운데 하루쯤 잘라
옛날 옛적의
산골을 가고 싶다
쵸콜렛이나 비스켓을
조금 싸들도
걸리버 아저씨처럼
휘파람을 불면
휘파람새가 날아오고
슬픔이 고여오면
냇물이 노래하는 곳에
망초꽃
아름 가득
껴안아도 보고
달빛보다 부드러운
마음의 별
하나 둘……
풀섶에 내려놓고
가만히
아주 가만히
불러보고 싶은
이름 하나쯤.
여행
1
목적지 없이 기차를 타고 가다가
D시에서 내렸다
멀리 공장 굴뚝 여럿이 목을 빼고
니코틴을 빨고 있다
낯선 도시에서 손가방 하나의 무게는 경이롭기만 한데
잠시 눈을 붙일 긴 의자라도 만나고 싶다.
2
서울에서 내가 보아왔던
도만 고만한 키와 닮은 사람들
유리에 갇힌 꽃 가게
약국 안의 진열장
고깃간의
쇠고리에 걸린 벌건 고깃덩이
장터국수 체인점
기억되어 질까
저만큼 너털거리는 간판은
내 고장 별미집
3
허공에서 날아 온
먼지 바람은 여전하고
지붕마다 꽂힌 TV안테나
노랑 물 드린 노랑 여자가 지나가고
가라앉은 하늘 사이로
햇살의 찌푸린 뒤통수가 보일 뿐
쇠목걸이에 끌려가는
귀가 큰 잡공개
저 만치 낮은 언덕엔
잡목들이 바람을 쏘이고 있다
은장도를 파는 가게는
점포정리 종잇장이 펄럭이고
나는 돌아 갈 열차를 기다리면서도
자꾸 DDD 수화기를 드는 까닭은
모두들 죽어가고 있기 때문일까
화진포(化津浦)에서
1
그날 아침 화진포
그 바닷가로 떠났다
봄은 얼레설레 나를 감고
가뭇없이 여름으로 굴러갔다
어디만큼 왔는가
가을 들길은 저만큼 서서
머릴 조아라고……
얼마만큼 아픈가
저 산 허리는.
2
이승과 저승이 아닌데도
휴전선은 머리맡에 가로놓인 채 묵묵하고
퍼렇기만 한
화진포의 수심(愁心)
여덟 폭 병풍 물살로 지워지네.
3
해변에 도는 바람
가슴에 저며 든다
내 삶의 따뜻한 허리에
부스러지는 빈 바람
어느 물 깊이에 파묻힐
나의 눈물친구
부서지는 물거품의 낮은 모소리
화진포 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