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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 장폴 샤르트르 작 - 한국시문화회관 - 문예도서관 - 문예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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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 장폴 샤르트르 작 
 김민구 

  장 폴 샤르트르는 『구토』나 『존재의 無』의 저자로서보다 실존주의 철학자의 반열에 올라있음으로써 사람들에게 더욱 알려져 있다. 니체나 하이데거, 알베르 카뮈와 같이 샤르트르는 19세기 합리주의적 관념론과 실증주의에 대한 철학적인 저항정신을 담아, 인간은 신의 피조물이 아니며 수없이 변화할 수 있는 자아와 본질을 가진 주체적 존재임을 역설하였다. 주체성 그 자체인 실존은 본질에 앞선다는 것이 그들 주장의 주요 모토인 것이다. 실존주의 철학자 중 대표적인 인물 샤르트르의 『말』이라는 작품은 그의 유년기를 중심으로 진술한 자전적 장편소설이자, 1964년도에 노벨 문학상 수상작으로 선정되었으나 서양 작품에 치중된 선정 경향과 문학의 제도권 편입을 반대하였던 그는 수상을 포기하기도 했다. 『말』은 여느 소설들이 갖고 있는 서사적인 이야기가 아니라 그가 어린 시절에 내면적으로 성찰했던, 견고한 자기 주체적인 세계이자 어떤 면에서는 아집으로도 비춰질 수 있었던 심리를 고백하는 작품이다. 
  주인공은 ‘나’이며 곧 저자 샤르트르 자신이다. 샤르트르는 해군 장교였던 아버지와 당시 스무 살의 처녀였던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으나, 아버지는 1년 만에 사망하고 그 자신도 병을 앓다가 겨우 치유되나, 세 살 때부터 사시(사팔)가 되어 오른쪽 눈의 시력을 상실한다. 아버지 없이, 그것도 어머니라기보다 누이에 더 가까운 모친과 외가에서 자라나게 된 환경이 필경 그를 어린 나이에 맞지 않게 특이한 사유를 거듭하면서 세상의 모순과 자기와 사회 사이의 불화가 가득한 관계를 지나치게 빨리 습득하게 한 커다란 이유일 것이다. 샤르트르는 외가에서 자라면서 <독일어 독본>의 저자로써 외국인들에게 독일어를 가르치는 일을 하던 외조부의 사랑을 듬뿍 받으며 자라난다. 아버지를 너무도 일찍 잃었으므로 부성애를 받아본 적 없었으며 사내아이들이 어릴 때 대부분 겪을 수 있는 오이디푸스 콤플렉스 또한 없었으므로, 아버지는 그저 죽은 존재일 따름이었고 어머니는 모친이라기보다 더 가까운, 어쩌면 누이로서의 혈육이었으므로 그는 유년기 때부터 부모와 자식 사이에서 유지되어야 할 관계로부터 벗어나는 행위를 거의 하지 않았다. 그는 머릿속에 생각이 가득했고 그 예정된 생각의 절차대로 모든 사람들이 움직인다고 믿었으며 그것은 특히 자신 내부에서 더욱 확실히 이루어진다는 신념 하에 살았으니, 이러한 삶의 태도가 그를 수많은 책과 외조부의 서재로 향하게 한다. 
  그는 외조부의 서재에서 수많은 책을 읽는다. 그리고 독학으로 글을 깨우치며 읽었던 작품에서 일어나던 상황을 자신의 상상 속으로 불러내어 재조립하기도 하고, 비록 자기 내부라는 제한된 공간에서의 일이기는 하나 마치 영화의 장면처럼 나열해보기도 했으며, 작품을 읽은 후에 떠오르는 감상을 자신의 굳건한 잣대로 삼아 작가의 작품 세계를 평가하고 비판하기도 했다. 그러고 보면 그는 무척이나 조숙한 아이였던 듯싶다. 외조부의 끝없는 애정을 받으면서 그는 조부를 기쁘게 하는 것이 자신이 살아가는 하나의 이유라고 판단하기도 했고, 자신이 시시각각 만들어내는 소설의 주인공으로 혹은 반동인물로 스스로를 등장시켜 이야기를 전개하다가도 갑자기 지워버리는, 이른바 메타 픽션의 스타일을 취하기도 한다. 그러다 그는 거울을 보면서 자신이 해왔던 것들, 즉 외조부로부터 사랑을 받으려는 행동이나 혹은 누군가의 작품을 읽고 그에 자신을 대비시켜 자의식과 자아를 모른 체하고 없애려고 했던 행동 모두가 결국엔 내면 깊숙한 곳의 진정한 자기를 마주했을 때 오히려 사기꾼이라 떠들고 다닌 것에 지나지 않음을 깨닫는다. 이 깨달음은, 혹은 자각은 샤르트르를 실존주의 철학에 더욱 깊숙이 몰아넣은 계기가 되어, 어린 샤르트르가 정말로 마음속에 견고한 자신만의 공간을 구축하여 살아가도록 하게 되는 것이다. 복잡하다. 읽는 내내 어떻게 어린 아이가 이런 생각까지, 일방적인 호기심의 지평선을 넘어 복합적이지만 내면에 더욱 당당한 성찰까지 거듭할 수 있는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말』은 1부 읽기와 2부 쓰기로 되어 있다. 전체의 내용은 모두 샤르트르의 유년에 관한 내용이지만, 1부와 2부는 작가가 자신의 사유를 다른 각도로 바라보아 진술한 것이다. 읽기는 어떤 텍스트나 상황을 대면하고서 그것을 자신의 것으로 받아들이는 내면화의 과정을 거쳐 끝없이, 혹은 독특하게 상상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그에 비해 2부인 쓰기는 그러한 사유의 과정을 넘어 자기 스스로가 어떤 텍스트를 창조하고 그것을 스스로에게 비춰보는 거울로써 작용시킨다. 그러므로 2부는 1부보다 좀 더 진보한 형태를 띠고 있다고 말함이 적당할 것이다. 그리고 전체적으로 어린 아이의 입장에서 씌어진 것이므로, 본문은 고백적인 성격 외에 다른 것을 크게 더 갖지는 않는다. 자전적 소설을 쓰는 사람은 자기가 가졌던 사유의 폭을 현재의 잣대로 더욱 넓혀서 이야기에 대입하려는 유혹을 받기 쉬운데, 『말』에서 어린 샤르트르가 갖는 생각은 정말로 천변만화에 가깝다. 아이의 생각이므로 하나의 축을 중점으로 이루어져 있지 않아도 자연스럽다. 가끔씩 등장하는 특이한 생각은 오히려 현재 문학을 공부하는 나로써도 깊이 공감하지 않을 수 없는, 정말로 철학적이고도 인간 본연에 한 발 더 다가서 있는 이론에 입각해 있다. 
  실존주의 철학의 맹점이 주체적 인간을 증명하려는 데에 있듯이, 샤르트르가 방대한 양의 독서에서 얻은 재미와 동화적인 상상력을 겸하면서 내부에 흔들리지 않는 자아를 이루어놓은 것은 다름 아닌―계속 같은 말이 반복되는데―주체성을 드러내고 싶었던 것이라 생각된다. 주체. 자기 자신을 완전히 장악하는 실체, 객체의 반대어로써 어느 한 부분에 치우치지 않고 아직 일어나지 않은 수많은 가능성들을 염두하고 존재하는 정신적 자아. 통제되거나 조종되지 않고 무수한 변수를 거치면서 성공과 실패를 경험하는, 단언하기 어렵지만 분명 존재하는 모호한 내면 의식. 실존 철학 중 주체성 하나만을 연구하기 위해 발표된 논문은 세계적으로 수백 건이 넘는다. 그만큼 다른 시선과 방식으로 접근하는 것이 가능한 것이니, 내가 이번 글에서 상세히 다루기는 어렵다. 샤르트르도 『말』을 읽는 독자에게 자신의 불우한, 어찌 보면 지나치게 조숙했던 어린 시절을 전달하기 위하여 작품을 쓴 것이지, 감상문에서 철학적인 논의를 펼치라고 쓴 것은 아닐 것이다. 그러므로 이번 작품은 실존주의에 관하여 아주 약간의 근본지식을 습득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고 말하고 싶다. 하이데거, 야스퍼스, 카뮈, 니체, 샤르트르 전부 비슷한 경향이었으나 세부적으로 보면 각각 다른 견해를 피력하고 있듯이, 『말』이라는 작품도 샤르트르의 철학자적 메시지를 겉핥기식으로 건드려볼 수 있었던 기회였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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