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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동설 / 장용학 作 감상문 - 한국시문화회관 - 문예도서관 - 문예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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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동설』장용학 作 감상문
 김민구 

  명지대학교 중앙도서관 4층에서 나는 장용학의 「지동설」이 수록되어 있는 『장용학 문학전집』중 1권을 일주일간 대여했다. 장용학. 어디선가 들어보았으나 금방 떠오르지 않는 이름이다. 그의 데뷔작인 「지동설」에 대한 감상문을 쓰기에 앞서 장용학이라는 작가에 대해 먼저 설명하는 것이 순서라고 생각된다. 장용학은 1921년에 태어나 <문예>지에 「지동설」을 발표하여 데뷔하였다. 1955년 국한문혼용체로 창작된「요한시집」을 발표하여 현대의 비인간적인 모습을 관념적으로 풀어내었다는 평을 받았다. 그의 작품세계의 근간은 광복 후에 민족이 겪은 상처와 6.25 동란에서 비롯된 비극으로 이루어져 있다. 장용학의 「요한시집」은 예전에 한 번 읽은 적 있는데, 전체적인 어조가 마치 실존주의 철학자의 그것과 흡사했다. 분명 그것은 우리 민족이 스스로 당면해야 했던 상처를 아주 과감하게 그려냈기 때문일 것이다.
  「지동설」은 분량이 얼마 되지 않는 단편소설이다. 장용학의 문단 데뷔작이기도 한 이 소설은 주인공인 소년 동길이와 그 고을 원님 댁의 하녀인 춘난, 그리고 유음서당이라는 작은 서당을 운영하고 있으며 뱀에게 물리는 바람에 엄지손가락이 없는 유 선생이 주동인물로 등장한다. 동길은 춘난을 몰래 사랑하고 있다. 사랑의 열병을 앓으며 춘난의 이름을 속으로 되뇌기도 하는데, 우연히 물을 마시다가 만나게 된 춘난으로부터 적(籍)이라는 글자가 적힌 종이를 받게 된다. 춘난은 고을의 원님 댁의 하녀인데, 그 원님은 자기중심적 사고를 갖고 세상과 타인을 바라보는 사람으로서 유 선생에게 자신의 딸과 혼인할 것을 넌지시 권유한다. 원님의 생일잔치 날, 유 선생은 동길이가 물어본 적(籍)이라는 글자를 계속 고심하다가 원님이 “왜 자기 생일의 날짜를 쓰느냐”라는 말에 그 글자의 파자법(破字法)을 깨닫게 된다. 그것은 ‘입일래죽(卄日來竹, 스무 날 대나무 숲으로 오라.)’이었던 것이다. 그 후 춘난이와 유 선생은 시신으로 발견된다. 마을 사람들은 미처 춘난이의 목에 박힌, 엄지가락이 없는 손톱자국을 발견하지 못하고 그녀가 죽은 것으로 마무리한다. 
  지동설은 태양이 우주 혹은 태양계의 중심에 위치해 있고 나머지 행성들이 그 주위를 돌고 있다는 우주관이며 갈릴레이나 뉴턴과 같은 물리학자들이 과학적으로 밝혀내어 우주학의 정설로 자리 잡았다. 지동설을 정의하기 위해 필요한 단어는 태양과 다른 행성들이다. 중심에 놓여있는 사람과 그 주위를 돌며 이야기를 꺼내기 망설이는 사람이 「지동설」의 캐릭터들인 것이라고밖에 생각할 수 없다.  
  이 소설의 배경은 아마도 개화기 전후인 듯 보인다. 작품 초반부에 ‘서학(西學)이라는 새 조류가 차츰차츰 한강(漢江)을 물들여 오를 무렵이니···’라는 구절 때문이다. 초반에 잠깐 나오는 파자 놀이는 중반부에 동길이가 사랑의 열꽃을 더욱 강하게 피워내도록 만드는 적(籍)이라는 글자의 풀이법을 복선으로 처리한 것임에 다름 아니다. 과거의 깊은 학문을 이루어냈던 한자가, 소설 속의 시간에서는 그저 ‘글장난감’으로 전락해버린다는 언급으로 미루어 볼 때, 몇백 년을 버텨 온 질서가 서서히 허물어지고 뭔가 새롭고도 개성적인 경향이 곧 다가올 거라는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이 소설이 발표된 시기는 1952년이다. 그러므로 현재 활동하고 있는 소설가의 작품을 해석하는 방식으로는 「지동설」을 대하기가 어렵다. 현대소설에 길들여진(?) 나로서는 동길이와 춘난이의 관계가 그닥 신선하지 못했고 춘난이와 유 선생이 죽음에 이르게 된 연유가 분명치 않아 이 작품이 전반적으로 왜 이렇게 씌어졌는지를, 어째서 제목이 지동설인지를 한 번에 파악하기 어려운 감이 있었다. 결말부에서는 완전히 달라지지만 다소 김유정의 「동백꽃」을 차용한 부분이 있는 게 아닌가, 생각하기도 했다. 책을 다 읽은 후 가장 이해하기 어려운 것은 바로 제목의 당위성이다. 지동설. 태양을 중심으로 모든 행성이 돌고 있다는 우주관. 땅이 움직인다는 이야기. 짝사랑의 열병과 비극의 결말을 갖고 있는 이 작품의 제목이 왜 지동설인지 잘 이해가 가지 않는다. 지동설의 반대인 천동설을 생각해보아도 도무지 제목의 상징성을 알아낼 수 없었다. 그저 춘난이를 중심으로 모든 사건과 캐릭터들이 돌고 있다는 이야기인지, 아니면 그저 돌기만 할 뿐 가까이 다가가 만날 수 없는 동길이의 심정을 나타내는 것인지, 인터넷에도 장용학의 「지동설」에 대한 게시물은 찾아볼 수 없었다. 장용학에 대한 작가론을 썼다고 하는 게시물은 그의 대표작인 「요한시집」과 「현대의 야(野)」, 「원형의 전설」이 중심이 되어 있을 뿐이었다. 정작 그의 등단작은 아무도 눈길을 주지 않는 듯 보여 아쉬웠다. 
  다음주에 중앙도서관에 가서『장용학 문학전집 1』을 반납하고 장용학에 대한 작가론이나 논문을 찾아보려 한다. 그 「지동설」에서 장용학이 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무엇인지. 지동설이라는 제목 아래에 캐릭터들이 어떻게 배치되어 있는 것인지를 연구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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