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실종자 Der Verschollene / 프란츠 카프카 作 감상문 - 한국시문화회관 - 문예도서관 - 문예도서관

Top 영역 건너뛰기
Top 영역 끝
본문 시작

문예도서관

문예도서관

문학과 예술에 대한 지식, 정보, 중요한 자료들을 편집자들이 집필해 놓은 공간입니다.

<실종자 Der Verschollene / 프란츠 카프카 作> 감상문
김민구 

  이번에 내가 읽은 도서는 프란츠 카프카의 『실종자』라는 책이다. 카프카의 이름은 문학을 공부하는 사람들에게 워낙 유명한 사람이라 굳이 작가에 대해 소개할 필요는 없을 듯하다. 카프카의 주요작품으로는 『성』이나『변신』,『시골의사』등이 있는데, 그 중에서도 이 『실종자』는 1911년부터 1912년까지 집필된 장편소설로써 『성』과 마찬가지로 미완성작으로 알려져 있다. 독일에서 살던 주인공 카를이 미국으로 건너간 이야기를 다루고 있으므로 『아메리카』라는 다른 제목으로도 출간된 바 있다. 하지만 나는 개인적으로 이 소설의 제목은 실종자보다는 아메리카가 주제를 명확히 살릴 수 있다는 점에서 더 낫다고 본다. 이 작품의 스토리는 모두 미국에서 일어나는 사건이며, 이방인이나 타국인과 같은 사회적 약자에 대한 그 당시 미국의 사회나 풍조 등을 절실하게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소설은 카를 로스만이라는 독일 출신의 청소년이 미국의 외삼촌댁으로 가기 위해 배를 타고 떠나, 미국 항구에 도착하여 겪는 이야기로 시작된다. 카를은 배에서 내리다 갑자기 우산을 두고 나온 것을 깨닫고 돌아가지만 배의 복잡한 구조 때문에 길을 잃다 그 배에서 일하는 화부(火夫)를 만난다. 열심히 배에서 일했으나 주방의 리네라는 여자와 사귄 일이 규칙 위반으로 간주되어 선장에 의해 해고되었다는 말에 카를은 같이 선장을 찾아가 화부의 입장을 변호해주다, 우연히 선장실에서 이야기를 하고 있던 남자들 중 하나가 자신의 외삼촌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상원의원이자 부유층인 외삼촌 야코프와 카를은 배에서 나와 집으로 떠나고, 그때부터 카를은 영어와 상류층의 취미생활을 배우며 타지에 적응해나가는데, 어느 날 외삼촌의 친구인 그린 씨가 카를을 자신의 집으로 데려가고 싶어하는 뜻을 밝힌다. 외삼촌은 못미더워 하지만 카를은 그린 씨를 따라 그의 집으로 향하고, 그린 씨의 딸 클라라와 몇 마디의 언쟁을 한 후 그날로 집으로 돌아가겠다는 의사를 밝히지만, 철저한 원칙주의자라고 자칭하는 외삼촌은 자신을 떠났다는 이유로 카를을 추방시킨다. 혼자가 되어버린 카를은 길을 떠나다 한 여관에서 로빈슨과 들라마르쉬라는 사내들을 만난다. 그 둘은 친구 사이인데 언젠가 돈을 벌어 함께 멋진 인생을 살겠다고 다짐한 자들이다. 카를과 동행하게 된 그들은 풀밭에서 쉬다가 카를에게 먹을 것을 좀 사오라고 주문하는데, 카를은 찾아간 옥시덴탈 호텔에서 자신과 같은 고향 사람인 여주방장을 만나 작은 일자리를 제안받는다. 먹을 것을 들고 찾아간 카를은 자신이 맡겨둔 트렁크가 열려있다는 것을 발견하고 그들을 깨워 추궁하다가, 소중히 여기던 부모님의 사진이 없어진 걸 알아내고 언쟁을 벌이고서 결국 일방적으로 그들과 결별하여 호텔로 돌아가 엘리베이터 보이로 취직한다. 그러다 어느 날 로빈슨이 술에 잔뜩 취하여 호텔로 들어오고 카를은 그를 보살피느라 자리를 이탈한 것이 규율 위반이 되어 간부들과 말싸움을 하게 된다. 사회적 약자인 카를의 변호는 여주방장의 옹호에도 불구하고 치졸한 변명으로 받아들여지고, 카를은 호텔을 떠나 로빈슨과 함께 들라마르쉬의 집으로 간다. 여기서 카를은 한때 친구였던 그 둘 사이가 완전히 달라진 것을 알게 되는데, 들라마르쉬는 한 부유하고도 고도비만의 중년 여자인 브루넬다와 동거하며 서로 사랑을 나누는 일만을 반복하고 있었고, 로빈슨은 더 이상 대등한 자격의 친구가 아니라 들라마르쉬와 브루넬다의 하인이라는 것이다. 들라마르쉬는 카를에게도 자신의 하인이 될 것을 종용하고 역시 사회적·육체적으로서 약자인 카를은 따를 수밖에 없다. 온갖 불신과 과격한 언사에도 카를은 저항하지 못하고 그저 자신의 처지를 받아들여야만 하는 것이다. 
  『실종자』는 아까 언급했다시피 미완성 작품이므로, 소설은 여기서 더 나가지 않는다. 다만 작은 콩트 형식으로 미완성 부분에 대한 이야기들을 써 놓았는데, 끊어진 내용에서 다시 이어지는 스토리가 아니므로 이 부분은 ‘준-후속작’이라고 말할 수 있을 듯하다. 브루넬다를 이사시키느라 그녀를 태운 환자 운반용 수레를 밀고 기차를 타고 어디론가 떠나는 과정을 그린 에피소드가 있고, 어느 날 카를은 길모퉁이에서 오클라호마 극장의 구직 광고를 보고 그길로 클레이턴으로 떠나 극장 소속의 기술자로 고용된다. 거기서 그는 한때의 연인이었던 파니(전에 나오지 않는다)를 만나고 한때 엘리베이터 보이로 일했던 호텔의 수위장으로서 자신을 해고하겠다고 협박하던 자코모를 만나는데, 그는 이 극장의 엘리베이터 보이가 되어 있다. 이 에피소드에서 느낄 수 있다시피 카를은 사회적 약자일 뿐 아니라 더 이상 가진 것이 없어 보수가 얼마든 상관없이 일을 해서 먹고 살아야 하는 극빈층이며 종래에 오클라호마 극장의 인사부장이 이름을 물었을 때 그는 카를이라는 본명을 답하지 않고 니그로라는 가명을 말한다. 이것은 그가 태어날 때 독일의 부모님으로부터 받은 이름이라는 정체성조차 단념한 채 아무것도 누릴 수 없는 이방인임을 자각한 결과인 것으로 보인다. 마지막 에피소드는 극장 노동자가 된 자코모와 기차를 타고 떠나면서 풍경을 진술하는 아주 짧은 내용의 것이다. 카프카는 1924년 급속도로 악화된 폐결핵으로 세상을 떠났으므로 미국에서 하층민의 생활을 반복하며 조금씩 세상을 알아가는 카를의 이야기는 더 이상 진행되지 않을 것이다. 
  『실종자』에서 가장 빈번하게 다루는 주제는 바로 원칙이다. 혹은 규율이나 규칙으로 말해질 수 있을 것이다. 이 원칙이라는 것이 사회적 약자인 카를과 그 외 사람들의 입지를 점점 좁아지게 만들고 급기야는 현재의 자리보다 더 낮은 자리로 내려가게끔 만드는 역할을 한다. 그들의 원칙은 카를보다 사회적 강자에 의해 발효될 때 그들이 역설하는 원칙이 비록 불완전하거나, 융통성이 없거나, 혹은 공평하지 못한 악법이라 할지라도 무조건 받아들일 수밖에 없도록 묘사되어 있다. 가령 인사를 하지 않는다거나, 주방의 여자와 은밀한 관계를 가졌다거나, 급한 일로 미리 연락을 취하지 못해 자리를 비운다거나, 자신의 감정을 헤아리지 못하고 떠난다거나 하는, 어찌 보면 사소하거나 충분히 그럴 수 있는 일임에도 그것들은 모두 규칙 위반으로 간주되어 ‘해고’나 ‘추방’과 같은 극단적인 처벌의 결과를 부른다. 사회는 실력도 배경도 없는 약자에게 결코 온정을 베풀지 않는다는 규칙-이라기보다 풍조-을  보여주기 위해, 저자인 카프카는 카를이라는 스무 살도 안 된 어린 청년이 겪을 수 있는 모든 악조건과 피해를 형상화시켜내고 있는 것이다. 
  이방인과 약자들이 자신의 처지와는 관계없이 무조건 엄정하게 지켜야 하는 원칙과 그로 인해 빚어지는 피해를 읽으면서, 나는 티시 이노호사(Tish Hinojosa)가 만들고 부른 ‘돈데 보이(Donde Voy)'가 생각났다. 이 노래는 신분상승과 높은 수입을 얻으려는 멕시코의 라티노(라틴계 이주민)들의 소망, 즉 아메리칸 드림과 관련되어 있다. 카프카의 『실종자』의 카를과는 달리 이 라티노들은 불법으로 국경을 넘어 미국으로 넘어가는데 수백만 명의 사람들 중 성공 확률은 10%에도 미치지 못한다고 한다. 나머지 90%는 미국·멕시코 당국에 잡혀 수감되거나 혹은 본국으로 추방되는데, 무사히 미국으로 넘어간 10%의 라티노들은 무수한 밀림과 사막을 국경수비대의 눈을 피해 건너야 하며 끝없는 공복과 아사(餓死)의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천신만고 끝에 이들을 넘어 미국사회에 도달해도 불법체류자라는 인식과 신분차별, 서로 다른 언어와 커뮤니케이션의 장벽, 거의 없다고 봐도 좋을 사회보장제도에 맞서면서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는 자들은 거의 남아있을 수 없다. 그리고 이들은 『실종자』의 준-후속작에 나오는 카를처럼 자신이 지켜온 자존심과 정체성마저 모두 버려야 하는 처지에 놓이는 것이다. 
  이 소설에서 계속 느껴지는 어떤 딱딱하고도 도저히 뚫고 들어갈 수 없는 존재는 바로 벽이다. 신분 사이의 벽이나 빈부 사이의 벽이 원칙이라는 근본으로 이루어진 한―완성/미완성 작을 떠나서―카를이 그의 부모님이 원하는 대로 미국에서 부끄럽지 않은 인생을 살기에는 많이 부족할 것이다. 벽을 넘지 못한 자들은 같은 처지에 있는 동료들과 불화하기도 하고 악연으로 만났으나 동반자가 되기도 한다. 카를은 단지 책 속의 주인공만이 아니라 실력이 있음에도 취업난에서 좋은 결과를 거두지 못하는 우리나라의 취업준비생일 수도 있고, 아까 언급한 대로 ‘돈데 보이’에 나오는 라티노들일 수도 있다. 카프카의 작품을 읽은 것은 『변신』이후 두 번째다. 『성』은 한때 읽은 바 있으나 뚜렷하게 주제가 기억나지 않는다. 이번 작품은 재미있었으나 미완성작이라는 전제를 미리 알고 소설을 읽기 시작했기 때문인지 큰 감흥은 일어나지 않았다. 그러고보니 약자를 다룬 소설을 서양 작가 것을 읽는 것은 이번이 처음인 듯하다. 추후에 카프카가 쓴 다른 작품들과 그가 죽기 가장 최근에 손을 댄 『단식 광대』를 찾아 읽어볼 예정이다. 

목록

문서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