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베이터 - 김민구
ㅡ자연과 도시
소나무 그늘 깊은 곳까지 스며든 잡초를
붉은 목장갑이 뿌리째 뽑아낸다
땅 위엔 작은 구멍이 개미집처럼 파였다가 사라지고
바깥으로 채 나오지 못한 풀의 잔뿌리는
사나흘 뒤엔 또 다른 모습의 잎을 틔우며
푸르고 질긴 생의 줄기를 밀어 올릴 것이다
제 키만큼의 햇살과 물기를 훔쳐 먹고는
언젠가의 아침을 기다리며 웅크릴 것이다
막차를 타고 서울로 올라오던 고속도로
가드레일 저편엔 지하철 공사 한창이다
작은 승강기 가득 발자국을 밀어 넣는가
뿌연 창문을 바라보며 아침을 생각하리라
삼십칠 미터 지하로 향하는 하나뿐인 통로
철로를 잇는 동안에도 햇빛은 닿지 않고
제 그림자의 존재도 말끔히 잊을 수 있는 곳
승강기가 올라갔다가 지하로 스며들 때도
눈부신 아침과 캄캄한 자정의 일과를
이리저리 뒤바꾸어도 빛 없는 막장
암반 틈새에 박힌 잡초는 무럭무럭 자랄 것이다
오후 열차를 타고 한강을 건너가는데
회색 건물에 둘러싸인 남산이 불쑥 들린다
내 발밑도 사람들의 그림자도 들어올려진다
아스팔트 도로도 이젠 멈췄을 막장의 승강기도
누군가 몰래 땅 밑의 시간들을 뽑아내는가
흙을 파낸 곳 어디에나 끈질긴 生이 숨어있다
축축한 그늘마저 오래도록 빨아들이곤 하는.
어제보다 더 자란 잡초가 하늘로 뻗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