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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감도, 사랑의 방식에 대한 다섯 가지 단상 - 한국시문화회관 - 문예도서관 - 문예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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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과 예술에 대한 지식, 정보, 중요한 자료들을 편집자들이 집필해 놓은 공간입니다.

  오감도, 사랑의 방식에 대한 다섯 가지 단상 
  김민구 

  성(性)이란 우리들에게 가장 민감한 소재이면서도 인류의 자손 번식과 생산성에 깊이 관여하고 있는 본질적인 문제다. 더불어 그것은 완전히 벗은 몸, 실 한 오라기로도 가려지지 않은 나체를 떠올리게 한다. 살면서 성적(性的)인 문제와 마주치면 우리는 늘 스스로의 치부를 가리고 서로를 피하려다, 인연과 경험의 교제를 거쳐 새로운 생명을 잉태한다. 그것은 무척이나 어렵고도 가슴 떨리는 문제일 것이다. 내가 설령 글을 쓰면서 새롭게 빚어지는 문장들을 노트에 휘갈겨 쓴 뒤 정서하여 다시 바라볼 때, 마치 벗은 여인의 몸을 처음으로 만지는 소년처럼 설렘으로 가득찬다고 해도, 영화 <오감도>가 보여주는 성(性)은 더욱 시각적이고 매혹적인 장면들로 우리 눈앞에서 펼쳐지는 까닭에, 나뿐 아니라 거의 대부분의 관객이 그토록 직접적으로 선명하게 다가오는 어떤 성적 대리 만족과 쾌락을 느꼈을 것이다. 이성의 몸은 어떻게 생겼으며 몸을 섞는다는 행위는 어떠한 순서로 이루어지는 것일까를 그저 생각에 그치기만 하다가, 어느 날 우연히 그러한 정사를 기록한 소설의 대목을 보고 흥분하며, 시각적으로 영상화된 필름들 앞에서 ‘아, 사랑이란, 그리고 성적 교합이란 저런 것이구나’라는 것을 학습(?)하게 된다.
  <오감도>는 사랑의 방식-혹은 육욕-에 대한 다섯 가지 단상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감독 다섯 명이 각각 한 이야기씩 만들어 전개시킨 옴니버스 구조를 갖고 있다. 어느 열차에서 우연히 만나 사랑을 나누는 관계로 발전된 남녀가 있는가 하면, 건강이 좋지 않아 성적 교합을 시도해선 안 되는 연인을 죽음으로 떠나보낸 후 고독과 우울로 인해 늘 즐겨 하던 숨바꼭질 놀이를 하면서 분명 죽어 존재하지 않는 연인의 모습을 찾으러 한참 동안 집 안을 서성거리는 이야기도 나온다. 영화 촬영장에서 일어난 배우들 사이의 알력이 소재가 되기도 하고 바람을 피운 남편의 애인과 본처의 관계를 다루기도 한다. 마지막엔 하루 동안만 서로의 애인을 바꾸어 살아보자는 발칙하지만 풋풋한 고등학생들 이야기도 나온다. 언제였던가. 한 친구가 내게 사랑이 지긋지긋하다며 육체의 쾌락은 정신이 주는 이해와 깨달음의 기쁨을 넘어설 수 없다며 삶을 토로한 적이 있었다. 나의 대답은 간단했다. 사랑은 철학이기도 하지만 철학이 아니기도 하다. 사랑 자체를 사전적으로 정의 내려 개념화시킬 수도 없는 것이거니와, 사랑만큼 깊이 있는 철학도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랑의 방향은 확실하게 가늠할 수 있는 팻말 같은 화살표가 아니다. 서로를 이어주기도 하고 서로를 영원히 갈라서게 만들기도 한다. 사랑을 이해하려고 해서는 곤란하다. 그저 셀 수 없이 많이 존재하는 사랑의 방식을 접하면서 이러한 내용도 있을 수 있구나 생각하면 될 것이다.
  <오감도>는 분명 요절한 천재 시인 이상의 작품에서 제목을 차용한 것이다. 이상의 <오감도>에서 달려가는 13인의 아해들은 서로 만나거나 그렇지 않고 살아가거나, 아무렇게나 하여도 상관없다고 불린다. 사랑은 철학이지만 철학이 아니기도 하고, 이상의 <오감도> 역시 시이면서 시가 아니기도 하다. 막다른 골목을 앞에 둔 절박함이든 끝 모를 거리를 도망치는 처절함이든 무엇 하나 정해놓기가 어렵다. 쉬워 보이나 미지수가 너무 많아 혼란스러운 방정식 같은 사랑의 방법들. 어떤 변수가 개입되느냐에 따라서 과정과 해답이 완전히 바뀌고 사라지는 사랑의 공식. 영화 <오감도>를 보면서 내내 그런 생각을 했다. 하나의 이야기가 순차적으로 흘러가는 구조가 아니기 때문이다. 처음엔 남남이었든 혹은 잘 아는 사람이었든 이미 부부였든, 그들은 핍진한 사랑을 하게 되어 있다. 우리는 사랑을 나누는 방식 다섯 가지를 짧게 체험한다. 시각적으로 무척 색이 짙은 영화라 오감을 무척 자극한다. 그래서 오감도인지 다섯 가지 이야기를 옴니버스로 붙여 하나의 이야기로 만들어 오감도인지는 알지 못하나, 나는 이 영화를 보고 사랑을 찾아가는 과정, 혹은 사랑을 확인하고 주고받는 과정을 내밀하게 들여다볼 수 있었다. 만약 그것이 하나의 이야기였다면 그럴 수 없었을 것이다. 이야기마다 주동 인물이 다르니 하나의 영화 속에서 다섯 가지의 서로 다른 사랑의 방법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오감도. 확실한 해답을 내려주지 못하는 한 장의 지도 같다. 나도 저런 사랑들을 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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