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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젠 이오네스코의 - 언어지배의 불안과 소통부재의 참극 - 한국시문화회관 - 문예도서관 - 문예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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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과 예술에 대한 지식, 정보, 중요한 자료들을 편집자들이 집필해 놓은 공간입니다.

  외젠 이오네스코의 <수업>
                        - 언어지배의 불안과 소통부재의 참극 
김민구  

  영화처럼 장대한 스크린과 무한한 배경에서가 아닌, 그에 비하면 단촐한 무대와 배우들의 생생한 몸짓을 육안으로 경험하도록 만드는 극문학에는 우리 인류 사회 내부에 팽배한 소통의 부재와 가까운 모든 것에 잠재한 불안을 실험적으로 전달하는 장르가 있다. 그것이 바로 부조리극인데, 사무엘 베케트의 <고도를 기다리며>나 헤롤드 핀터의 <최후의 한 잔> 등이 대표적인 작품이다. 이번 글에서 다룰 프랑스의 극작가 외젠 이오네스코는 특히 말(言)에 대하여, 힘을 잃어가고 있는 언어의 소통에 대하여 많은 작품을 창출한 바 있다. 언어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소통 매개로서 존재하는데, 그의 또다른 대표작 <의자들>에서는 말을 확실히 해낼 수 없는 말더듬이를 등장시킴으로써 인간 사회의 모순과 소통의 불안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기도 한다. 그렇다면 <수업>이란 어떤 작품이며 소통의 불안을 나타내기 위해 이오네스코가 만들어낸 부조리의 원형이란 무엇인가. 그것은 바로 언어-작품에서는 언어학-이다. 
  어느 날 박식한 교수의 집으로 여학생이 찾아와 종합 박사 학위를 얻고 싶다고 말한다. 초반에 교수는 여학생을 성심껏 가르치려고 애쓰지만 그의 예상과 다르게 여학생은 일자무식에 가까워 가장 기초부터 가르쳐야 할 상황이다. 교수는 학생에게 언어학을 가르치겠다고 말하고 학생 역시 이에 동의하나 하녀가 들어와 한사코 언어학 수업을 말리게 된다. 하녀의 말에 따르면 언어학은 재앙의 지름길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교수는 말리는 하녀를 강제로 내보내고 언어학을 가르치기 시작한다. 그는 언어가 제일 처음 태동했을 때의 개념과 더불어 우리가 사용하는 단어가 어떠한 원리와 역사를 가지고 지금까지 변형되어 왔는지를, 그리고 같은 의미의 단어가 사용하는 나라에 따라 어떻게 변화되어 차이를 빚는지를 장황하게 설명한다. 이것은 제자에게 마음을 담아 가르치는 사사가 아니라 진부한 설명과 복잡한 진술에 가깝다. 문득 교수는 단어의 발음을 시키는데, 학생은 계속 이가 아프다며 대답하지 않는다. 언어의 힘을 지배할 수 있는 수용력이 없는 것이다. 단어를 단순한 활자(알파벳)와 혀를 이용하여 발음할 수 있는 음소·음가를 자기화 시킬 수 없는 상황을 의미한다. 이때 교수는 식칼을 들고 와 당장 발음하라며 학생을 윽박지르다 별안간 처참하게 살해하고 만다. 그러자 하녀가 엄숙하고 담담한 표정으로 들어와 교수를 힐난하듯 쳐다본다. 제정신을 차린 교수는 후회와 자책을 거듭하지만 이미 그 앞에 아까까지만 해도 살아 숨쉬던 학생은 피투성이로 죽어 쓰러져 있다. 하녀는 시체를 처리하고 교수에게 나치스의 卍자 완장을 주며 마음을 추스르라고 말한다. 그때 초인종이 울리고 다른 학생이 나타난다. 극 제일 처음 나타났던 장면이 반복되고 하녀는 교수에게 학생을 안내하는 것으로 끝난다. 
  관객이 이오네스코의 <수업>에서 느낄 수 있는 것은 언어에 대한 불안감이다. 흔히 인간을 지구상에서 살아가는 동물과 가장 극명한 차이를 갖게 해주는 것은 언어로 소통할 수 있는 능력이라고 말한다. 서로 군집을 이루어 살아간다는 점에서 인간과 동물은 동일하지만, 언어를 사용한 소통으로 인하여 인류는 지식을 습득하고 상상과 지성의 폭이 넓어져 삶을 살아가는 데에 훨씬 진보된 문명을 이룩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언어의 힘, 언어의 지배력을 상실할 때 인류는 상생의 불가능, 내면의식에 대한 불이해의 림보에 빠지고 만다. 혼란이 오는 것이다. 교수가 언어학의 장황한 개념을 설명할 때 학생은 지식의 과도한 범람을 제대로 수용하지 못해 혼돈에 빠진다. 당장 언어의 단순기초적인 발음마저도 혀끝에서 맴돌 뿐 목소리로 나오지 않는다. 혀가 주인에게 저항하는 것이 아니라 이것 역시 말을 다루는 힘을 상실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가 아프다며 대답을 회피하는 학생에게 교수는 부조리의 칼을 휘둘러 살해하고 만다. 고조된 갈등은 어느 순간 폭발하며 참극을 불렀고 교수는 얼마 동안 분노에서 헤어나오지 못한다. 그러다 정신을 차렸을 때 학생은 이미 피투성이가 되어 누워 있다. 인류를 만물의 영장으로 올려놓은 언어라는 도구가 박탈되었을 때, 그것은 숨을 멈춘 하나의 유기물-심하게 말하면 고깃덩이-에 지나지 않는다. 그렇다면 우리에게 언어의 정체란 대체 무엇인가. 언어는 정말로 소통의 도구로서 이로운 작용만 하는 것인가? 극중에서처럼 언어력이 상실되었을 때 인간은 맹목과 비이성의 동물로 전락하고 마는 것인가? 어쩌면 과도하게 언어를 지배하고 사용하려는 인간의 오만이 스스로를 주체할 수 없도록 만들어버린 건 아닐까? 
  언어를 제대로 사용할 수 없으면 사람은 당장 소외되거나 무리로부터 멸시를 받게 된다. 조직이나 군집의 구성원들과 소통할 수 없으므로 항상 이해와 반목이 거듭하여 결국 떨어져나가기 때문이다. 언어는 인류를 지구에서 살아가는 모든 종들의 피라미드에서 최상위의 반열에 들도록 만들었으나 그것은 다른 관점에서 볼 때 사람 한 명을 종래에는 살해까지 하게 만드는, 맹목으로 점철된 하나의 무기로 탈바꿈하기도 한다. 그들 중에서도 나와 같은 사람들은 언어예술을 하는 부류다. 가끔 언어를 자유자재로 변형하고 표현할 수 있는 능력과 의지를 가진 것에 대하여 스스로를 반성하기도 한다. 언어를 지배했지 섬겼던 적이 있었는가. 언어는 도구였지 영혼을 담는 그릇이나 의식을 비추는 거울이라고 생각한 적이 있었는가. 문득 ‘이오네스코의 칼’이라는 시를 쓰고 싶다. 무대 위, 하녀가 처참하게 살해당한 학생의 시체를 수습하고 교수가 땀을 닦으며 마음을 추스르고 있는 사이, 역시 학위를 따러 온 학생의 뒤편엔 어쩌면 이오네스코 본인이 시퍼런 언어의 칼을 들고 그림자처럼 혹은 악령처럼 숨어 있을 것도 같다. 언어 불이해의 폭발을 기다리면서, 숭고한 정신을 가진 인류가 언어의 지배라는 가식이 벗겨질 때 드러날 흉폭한 얼굴과 마주하길 기다리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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