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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 詩 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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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 詩 분석 
김민구 

침몰    /   이상

죽고싶은마음이칼을찾는다.칼은날이접혀서펴지지 않으니 날은노호하는초조가절벽에끊티려든다. 억지로이것을안에떠밀어놓고 또간곡히참으면어느결에날이어디를건드렸나보다. 내출혈이 뻑뻑해온다. 그러나피부에이상채기를얻을길이없으니 악령나갈문이없다. 가친자수로하여체중은점점무겁다.

  이상의 작품은 이렇듯 띄어쓰기를 무시한 채 그저 직선적인 하나의 문장 덩어리로써만 보이지만, 그러한 것들이 한 편의 시를 이루는 것을 보면 경이롭기까지 하다. 잘 풀리지 않는 일에 대해 생각을 거듭하다보니 어느새 비관의 극점에 다다른 심정이 <침몰>이라는 가라앉은 자의식으로 이루어져 있다. 대표작 <날개>와 같이 <침몰> 역시 항상 삶 너머의 세계로 건너가려는 자기 살해의 의지를 표현하지만 실질적인 죽음은 이루어지지 않고 다만 현실을 받아들이느라 육체의 무게가 점점 무거워지는 것을 느끼며 시가 맺어지는 걸 보아도 그렇다. <침몰>은 헤어나올 수 없을만치 까마득한 심연 속으로 추락하는 불행한 인간상을 그린 작품이다.
  <침몰>은 '죽고싶은마음이칼을찾는다'며 당장 목숨을 끊어야겠다는 의식이 곤두서있다. 삶에 당면한 고난이 줄 수 있는 어떠한 비극적 시도보다도 더욱 체념적인 방식인 자살.  이러한 처지에 놓이게 만든 근원적인 이유이자 불만인 '죽고싶은마음'이 과연 어떤 것일까 생각해보면서도, 독자들은 칼이라는 시어가 주는 서늘함과 당장이라도 비극의 선택을 할 수 있게 만들 살의에 대해서 무언의 두려움을 느낄 것이다.  그렇다면 다음 문장은 어떤 의미일까. 날이 접혀서 펴지지 않는 칼은 잭나이프처럼 제 집 속에 들어가 꺼내지지 않는 모습을 대변한 것과 동시에 차마 실행에 옮길 자신이 없어 한갓 과도한 꿈에 지나지 않는 사실을 수용하려는 약한 인간을 보여주는 것이다. 두려움 앞에서 자기 살의는 접혀진 잭나이프의 날처럼 무용할 뿐, 몸속 깊이 억눌러진 살의는 절벽조차 끊어낼 듯 과감하지만 또한 초라하다. '간곡히참'다가 제 마음속으로 깊이 찔러넣어진 칼날이 심중 어디를 건드린 듯, 속에서 염증이 나고 피가 흐르는 내출혈ㅡ더 정확한 의미로는 홧병ㅡ이 뻑뻑하리만치 가득하다는 시구를 보자. 자신을 억누르고 있는 고난을 단번에 해결하기 위해 칼을 찾았으나 실행에 옮길 수 없어 그저 비참함을 억누를 뿐인 상태에, 뻑뻑해오는 내출혈은 현재 시적 화자의 상태가 더 이상 참기 어려우며 인내의 벽을 넘어 스스로 자신의 몸을 다치게 하고 있다는 말이 된다. 참는 것이 지나쳐 온갖 부정적인 마음들이 화자의 몸속 내벽을 곰삭게 하고 있다. 마치 지독한 산(散)처럼, 끝없이 참아온 분노가 인내의 한계점을 넘어섰을 때 내출혈과 같은 내상으로 다가온다는 의미로써 화자의 처지를 말해주는 것이다. 그러나 내출혈, 내상이란 몸 안쪽에서 염증이 생기고 혈관이 찢어져 피가 나는 것이므로 약을 바르는 것으로 치유될 수 있는 외상과는 완전히 다르다. 그러므로 '피부에상채기를얻을길없으니' 나쁜 피가 몸밖으로 빠져나올 수가 없다. 분노를 거듭하면 할수록 내상은 심해지고 급기야 '악령(惡靈)'이 되어 몸을 잠식해간다. 문제를 해결할 곳을 찾지 못하니 상처가 더욱 심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해소되지 못한 감정은 몸 안에서 점차 거대해지고, 그로 인해 체중이 점점 무거워진다는 것은, 이른바 육체의 중량이 아니라 병적으로 오염된 영혼의 무게를 말함이라 할 수 있겠다. 외부의 충격으로 구멍이 뚫려 가라앉는 선박이 아니라, 스스로의 무게 때문에 점차 수면 아래로 꺼져 들어갈 수밖에 없는, 이상이라는 배의 침몰이 이 작품에서 극명한 문장으로 드러나 있다. 
  시를 이루고 있는 미학은 절제라고들 말한다. 일일이 설명하여 작품을 납득시키는 것은 소설이지만, 반드시 필요한 말과 말을 섞어 비약을 이루며 어느 정도의 모호성을 가질 때 그것은 시가 된다. 이상이라는 20대 청년의 자의식이 현실에 순응하지 못하고 침몰하는 심정이 이 작품에서 드러나 있다. 그는 짧은 생애 불우하고도 병약한 길을 걸어왔다. 언제나 폐결핵에 시달려 피를 토했으며 중앙일보에 연재한 <오감도>는 끝 모를 난해함으로 독자들의 항의를 받아 중단되었다. 일본으로 갔다가 불온사상으로 검거되기도 했고 결국 동경대학병원에서 스물일곱의 생을 마쳤다. 그의 작품들이 갖고 있는 형식은 그 시대정신에 반하는 너무 먼 미래였다. 현재에서 미래를 생각하며 지은 작품들에 이상은 스스로 자신을 가두고 현실을 넘어선 초현실적 시편들을 발표했다. 띄어쓰기 형식 속에서 단어가 가진 의미는 그저 개별화되어있을 뿐 하나의 문장에 합치되지 않는다고 생각했던 것일까. 모든 음절을 붙여서 씌어진 시편들 속에서 이상의 넋은 올해로 탄생 100주년을 맞았다. 그는 <침몰>이라는 시로써 심연의 깊이를 재고자 했던 것 같다. 죽기 위해 칼을 찾았으나 그저 울분과 분노에 몸이 황폐해져가고 있는 한 쓸쓸한 청년의 초상이 보인다. 어느 눅눅한 살림방 구석에서 남몰래 피를 뱉었을 위대한 시인의 모습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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