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력
(1915- ) 평남 대동 출생. 1939년 일본 와세다[早稻田]대 영문과 졸업. 숭실중학 재학 때인 1931년 『동광』에 「나의 꿈」, 「아들아 무서워 말라」 등을 발표하여 등단. 『삼사문학』과 『단층(斷層)』의 동인.
그의 작품 세계는 생명에 대한 외경으로 그 존엄성을 높이고 옹호하려는 범생명적인 휴머니즘에 기반을 두었다.
시집으로 『방가(放歌)』(동경예술좌문예부, 1934), 『골동품(骨董品)』(학생예술좌, 1936) 등이 있다.
작품세계
압록강(鴨綠江)의 밤이어
[해설: 최동호]
1930년대 초반 일본 제국주의의 압제가 한층 강화되던 때에 쓰여진 이 시는 어두운 시대 현실에 대한 비탄(悲嘆)과 이에 절망하지 않고 끝까지 맞서는 의지를 노래하고 있다. 김동환의 서사시 「국경의 밤」과 시적 발상과 소재의 면에서 유사성이 발견되는 이 시는 식민지 통치 하에 놓인 우리 민족의 처참한 실상과 모순을 압록강이라는 배경을 설정하여 깊이있게 형상화하고 있다.
이 시의 처음과 마지막 연은 같은 내용이 반복된 수미상관(首尾相關)의 구조를 취하고 있다. 충혈된 눈처럼 붉은 빛깔의 흙물이 흐르는 압록강은 민족 역사의 치욕적 오점(汚點)인 혼탁한 식민지 현실을 상징한다. 이러한 상황 속에 화자는 (독립투쟁을 위한) 길 떠날 차비를 하고, 국경의 밤하늘 아래 강가에 서서 홀로 마음을 가다듬고 있다. 국경지대에 와서 우리 민족의 지나온 발자취를 되돌아보는 화자의 심정은 참담하며 안타깝기 그지없다. 한 나라의 최초의 관문이며 경계선인 국경은 그 나라의 역사를 집약시켜 보여 주는 문제적인 공간이다. 자연 그대로 국경 역할을 하는 우리의 압록강은 오랑캐들의 침입을 굳세게 물리치던 대참호였고, 평화로운 시절에는 수많은 사랑의 노래를 띄어 보내던 서정(抒情)의 강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훼손된 역사로 인해 `서러운 눈물의 수탄장'이 되어 버린 몹쓸 상황에 처했다.
식민지 치하의 우리 민족은 혹독한 시련을 겪고 있다. 노동자들은 극심한 더위를 무릅쓰고 양식을 나르는 개미떼처럼 생존을 위해 강 주변을 배회하며, 남편을 위해 빨래하던 여인은 첫아이를 죽인 어머니의 얼굴을 하고 수심에 차 있다. 시적 화자는 어부의 아내가 거센 폭풍에 가슴을 떨듯 `겹겹히 쌓이여 줄지어 달리는 생각 생각에 몸서리친다'. 이대로 가다가는 겨레의 앞날이 어찌될 것인가 하는 위기 의식이 가슴을 조여 오기 때문이다.
절망에 쌓여 내리막을 달리던 화자의 생각은 5연에서 급격한 전환을 맞이한다. 언제까지 눈물과 한숨에 젖어 새 길을 못 찾겠다고 낙담하고 있을 수는 없다. 폭압에 눌려 쫄아 들었던 우리의 가슴이 확 트일 광복의 날에 대한 굳센 믿음을 가져야 한다. 그때는 새 시대를 여는 희망과 기상의 전진 나팔인 `갓난애의 힘찬 울음소리'가 들릴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