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 시인 경현수 시인 세 번째 시집 『바람은 그 마을에』 (시문학사) 출간

중견 시인이자 여러 문학사숙에서 후진을 양성하고 있으며 『詩木(시목 동인)』 지도시인인 경현수 시인이 24년 만에 세 번째 시집을 출간했다. 『멀리서 온 바다(1989)』와 『조용히 둘 혹은 하나(1992)』를 잇는 이번 시집 『바람은 그 마을에』는 지난 20여 년간 더욱 다듬어 온 시인의 시선으로 풍경들을 관조하고 있다. 시집은 1부 시간의 그늘, 2부 돌아오지 않는 강, 3부 멀리서 온 바다, 4부 꽃대궁 긴 노래가, 5부 바람은 그 마을에 로 구성되어 있다.
시인은 이제 늙거나 소멸해가는 것들을 따스하게 응시하며 마음속으로 이제 그들을 맞이할 준비가 되었음을 시의 언어로 말하고 있다. “누구도 없는 마당//설레고 환하던 밤이, 저기//감나무 사이로 낮달이/뽀얗게 조등을 켜고(「시골마당」)” 오랜 세월이 지나도 그 사물과 공간이 가지고 있는 본질은 변하지 않고 언젠가 자기를 알아주기 위해 돌아올 누군가를 기다린다. 기억 속에 남아있던 아련한 이미지들은 다시 자리로 돌아온 시인의 내면에 슬프게 빛난다. 어린 시절 껌과 사탕과 성경책을 주던 외당숙 아저씨는 시인의 기억 저편에서 그가 입던 “후란넬바지”로 환유되어 나타나고(「후란넬바지의 기억」), 인기척이 없는 간이역엔 샛강과 목관악기와 딱따구리와 스산한 바람 등 자연의 일부가 그대로 남아 있기도 하다(「간이역 풍경」). 이 시집에는 서문에서 밝히듯 시인이 “지난 유랑”에서 돌아와 다시금 바라본 풍경이, 그 속에 담긴 아픔과 그리움조차 반갑게 껴안는 모습들이 어른거린다. 시문학사. 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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