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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서일 - 한국시문화회관 - 시인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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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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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문인)사진, 연보, 이력, 간단한 작품세계를 소개하는 공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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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서일

  • 강서일 - 강서일 시인.png

 

 

강서일시인.jpg

 

약력

동국대학교 영문학과 졸업

고려대학교 교육대학원(영어) 졸업

91년 자유문학 시 당선

91년 문학과 의식 평론 당선

한국시인협회 회원

시집 : [쓸쓸한 칼국수] [사막을 추억함]

역저 : [래리킹, 대화의 법칙] [비틀즈 시집]

여주대학 실무영어과 겸임교수

작품 세계

초토(焦土)의 시(詩) 8

 

환한 그림자의 시를!

 

새 천년이 시작된 지도 벌써 석 달이 지났다. 노스트라다무스와 피라밋의비밀과 대홍수와 불의 심판과 인류(지구)종말에 대한 각종 풍문들로 떠들썩하던 세기말을 지나왔다. 또한 새로운 세상이 도래하여 진보된 문명과 보다 행복하고 향상된 삶의 질이 곧 눈 앞에 펼쳐질 것처럼 사람들을 들뜨게 만들었던 그 많은 예측과 기대와 혼돈된 정보의 폭죽, 커다란 신문의활자들과 흥분된 아나운서나 쇼 프로 진행자들의 불꽃놀이 속으로 새 천년이 왔다어느새 4, 한 시인의 시 속에 잠겨 있는 나를 다시 담고 있는 2000년 4월은 다른 해와 다름없이 온통 벚꽃과 개나리의 연초록 망울들이 여기저기 튀밥처럼 펑펑 터져 세상 가득 그 부드럽게 부풀어오른 봄의 알갱이들을 흩뿌려 놓는다. 이 고지식한 자연과 계절이 주는 기쁨, 갑자기 먼 산이 달려와 눈 앞을 가로막는다.

 

(....... 중 략 .......)

 

강서일 시인의 신작들은 무위한 일상에 매몰된 채 흘러가던 내게 가눌 수 없는 슬픔과 감동을 주었다. 특히 초상화에베레스트내 사무실은은 그의 시인으로서의 자질과 영민함과 섬세함을 느끼게 해주는 작품들이었다초상화는 인간이란 자연의 일부이며 육체는 우주의 현신(現身)임을 보여준다. 한 인간의 몸 속으로 강물이 흘러가고 꽃이 피고 나비가 날아다니고 세월이 흘러 몸의 곳곳은 금이 가고 시간의 흔적이 화석으로 남게 되는 모습을 이렇게 아름답게 그려내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인간의 내부에 숨은 시간의 주머니마다엔 한 생애와 삶의 고통이 빚어낸 크고 작은 회색 사리들이 들어 있을 것이다. 어머니의 모습같기도 하고 아니면 우리의 모습이기도 한 인간의 육체 속에 깃든 자연의 영원성과 성성(聖性)을 보여줌으로써 이 시는 인간이 결국 자연의 일부이고 그 자연은 신성한 어떤 섭리를 내포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해준다. 나를 포함한 현대인들은 기계와 기구와 도구와 사물과 디지털의 신호체계 속에서 단속적인 한 부속물처럼 살아간다. 스스로가 자연이며 영원한 시간의 고리 속의 한 매듭이라는 것을 잊고 사는 것이다에베레스트는 위험과 고통을 무릅쓰고 높은 산에 오르는 인간의 무모한 도전과 욕망이 어쩌면 인간에게 내재한, 자연의 품으로서의 어머니와 죽음을 동일시하는 원초적 동경에 기인하고 있다는 것을 이야기하는 듯하. 원시의 자연 속에 담긴 죽음의 모태와 그 영원성에 대한 숭모(崇慕)와 동경이, 아니면 불멸의 세계 그 안쪽을 엿보고 싶다는 욕망이 얼음이 계곡 사이에 기꺼이 자기의 육신을 던지게 하는 것일까? 그의 육신은 에베레스트가 평지가 될 때까지 그 빙벽이 녹아 대하가 될 때까지 그 자세로 묻혀있을 것이다. 슬프지만 그 무모함과 맹목이 아름답게 느껴지는 것은 일상의 안위함에 길들여진 나의 나약함 때문이 아닐까내 사무실은에선 사회구성원으로서의 퍼소나가 일상에 매몰되지 않기위해 노력하는 사색의 여정을 느낄 수 있다. 사무실은 공원 안에 있지만 그 사무실 안의 세계는 합리성과 상식과 체계를 지닌 매커니즘의 일상일 것이다. 퍼소나는 사무실 밖의 그 자연과 감성과 직관의 세계와 사무실 안의 그 일상의 의미를 어떻게 조화시킬 것인가를 사색한다. 균형감각이랄지혜가 느껴지는 작품이다가을은 위의 작품들을 포함하여 시간의 샘」「도색잡지」「여름밤」「등과 함께 시간의 주름, 그 갈피 사이에 숨은 일상과 자연의 직관적이미지들을 그려낸 작품이다. 시간의 샘도색잡지는 세기말을 지나는 사람들의 시간에 대한 과장된 의미부여와 수식과 작위적인 흥분을 비판하고 있지만 가을내 사무실은에서와 유사한 이미지, 즉 삐뚜름 기울어가는 나의 시간 속에 담겨 있는 생의 한때, 그 슬프고 아름다운 흔적을 기록하고 있다. 시간의 수레바퀴가 빠르게 지나가고 그 곁에서 중키의 모과나무에 달린 둥글게 부풀어오르는 한 알 모과의 모습에서 시인은 벌써 술이 되기 위해 숙성하는 미래의 시간을 예감하는 것이다. 고즈넉하고 내숙하지만 찰라에서 영원을 감지하는 시인의 예지와 섬세함 감성이 느껴진. 나쁜 꿈을 꾼 날은 어떠한 고통스런 현실도 전혀 그 내부를 알 수 없는 무명(無明)의 죽음보다 가치 있다는, 삶에 대한 찬사이다. 봉급생활자의 수기에서 가난한 삶을 지탱하는 시인의 정신의 단면, 즉 현실적인 가치나 시류와 대세와 영합하지 않으려는 고심(苦心)을 읽을 수가 있다최근에 본 어떤 인도 출신 감독이 만든 식스센스라는 영화는 자기가 죽은 줄고 모르고 돌아다니는 정신과 의사를 주인공으로 했다. 그 의사는 자기가 죽은 줄고 모르고 한 소년의 정신 상담을 하려 하고 결혼기념일에는 레스토랑으로 자기 부인을 찾아가기도 한다. 그는 자기가 죽은 사람이고 유령이란 것을 모른다. 스스로 알수 없는 것이다. 유령은 입김이 없. 아마 그럼자도 없을 것이다. 영화 식스센스에서처럼 자기가 죽은줄도 모르고 그림자 없는... 시대를 유령처럼 떠도는 우리의 등 뒤로 강서일 시인의 시는 깊고 그윽한 그림자 하나씩을 달아준다. 그 그림자는 내가 인간이며 스스로가 자연 속에서 살고 느끼고 존재하며 시간이 빚어내는 그 의미와 삶의 생동하는 그 수많은 이미지와 상징을 깨닫게 하는 환한 후광 같은 것이다. 다만 망토처럼 땅바닥에 내 키보다 길게 늘어져 깨닫는 자의 깊고 슬픈 무게로 나를 잡아당긴다계절과 자연이 주는 기쁨과는 달리 역사의 순환속에 변함없이 계속되는 우리 시대의 탐욕과 광기와 경박한 풍조속에서 나는 그의 전성기의 풍모를 가장 확실하게 보여주는 깊고 그윽한 작품들을 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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