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문구 <유자소전>
문예창작과 김민지
[평범하지만 비범한 삶을 산 인물의 이야기]
유자소전은 유재필이란 실제 인물의 일대기를 바탕으로 쓴 작품이며, 인간 유재필의 삶과 그의 신념이 무엇인지 보여준다. 소설 같은 삶을 살며 불의나 불평등을 비난하고 영웅적 면모를 갖춘 그의 일생은 작가 이문구를 비롯해 여러 작가들의 귀감이 되었다. 이문구는 이 작품으로 제8회 만해문학상을 수상했다. 한 개인의 삶을 그린 소설이지만 6.25전쟁이나 5.16군사정변 등의 역사들이 이야기에 녹아있다.
유재필이란 인물은 교통사고 전담 과장으로 일하던 시절 항상 원칙과 진실에 대한 믿음으로 사고를 처리할 만큼 정의로웠고 부정한 승리나 패배가 없도록 노력하였다. 그는 단순히 사고를 처리하지 않고 보험법, 교통법, 도로관리법의 선례와 판례, 사례 등을 공부, 또한 법의학까지 파악할 만큼 노력가였다. 자신의 없는 돈으로 가난한 운전수 가족에게 먹을 것을 마련하기도 했다. 또한 이문구를 비롯하여 많은 문인들을 돌봐주기도 했다. 이런 유재필에 대해 작가 이문구는 공자나 맹자처럼 존경하는 의미로 유자라는 칭호를 붙여준다.
이 소설의 특징은 일단 실제인물을 바탕으로 쓰였다는 것이다. 그러나 인물을 분석하고 어떤 전문적으로 파헤친 글이 아니다. 멀찍이 떨어져 그의 일대기를 그린 것이 아닌, 마치 옆에서 지켜본 것처럼 생생하게 적어냈다. 작가가 모름직한 일도 작가 본인이 본 것처럼 묘사했으며 때문에 독자는 유자라는 인물이 실제인물이건 아니건 상관없이 몰입해서 읽을 수 있다.
이 소설은 7장으로 나뉘어져 있으며 순차적으로 그의 일생에서 일어난 사건들을 그린다. 소설의 시작은 이러하다. ‘한 친구가 있었다. 그냥 보면 그저 그렇고 그런 보통 사람에 불과한 친구였다.’ 소설의 첫 문장이라기엔 간소하기만 하다. 작가는 유자란 인물이 특출나 보이는 인물이 아니라는 서두를 던진다. 어디에나 있을 법한 인물로 설명한다.
1장은 유재필이란 친구를 소개하며 그가 1941년 태어났고 대천에서 청소년기를 보내고 나머지 일생을 서울에서 살았다는 것을 얘기한다. 또한 그의 성격을 간략하게 말해주고 있다. 비유하기를 ‘주변머리 없이 기대거나 자발머리없이 나대어서 남을 폐롭히거나 누를 끼치는 자는 반드시 장마에 물걸레처럼 쳐다보기를 한결같이하였고 분수없이 남을 제끼거나 밟고 일어서서 섣불리 무엇인 척하고 으스대는 자는 삼국지에서 조조 망하기를 기다리듯 미워하여 매양 속으로 밑줄을 그어두기에 소홀함이 없었다.’라 하며 재밌는 비유 속에서 유자의 올곧고 정의로움을 얘기한다. 또한 이문구는 ‘그의 생애는 풀밭에서 뚜렷하고 쪽밭에서 우뚝하였다.’라 표현으로 유자의 생애를 아우른다. 이문구의 말처럼 그는 부당한 일을 모른 체하지 않았고 작은 일도 마다하지 않고 소매 걷어붙이며 맡은 바 소신을 다한 삶을 산다.
2장에서부터 유자의 언어감각이 한껏 나타낸다. 보령 지방의 방언을 능숙하게 구사하여 거침없는 입담으로 누구든 받아들이게 하는 매력을 가진다.
“아 그 개갈 안 난다는 말처럼 개갈 안 나는 말이 워디 있간됩세 나버러 개갈 안 나게 묻는다나.”
유자의 말투는 물론 그 지방의 방언까지 고대로 옮겨놓와 향토적인 냄새가 작품에 배어있다.
유자가 죽음에 가까웠던 시기를 마지막 장으로 하여 소설은 끝난다. 막장에서 작가 이문구의 개입이 더욱 크게 느껴진다. 그것은 이문구가 실제 유자의 죽음을 곁에서 지켜보며 그 감정을 고스란히 적었기 때문일 거다. ‘남은 기간의 투병 생활에 대해서는 차마 쓸 수가 없다.’ 이 문장에서 그의 슬픔이 드러난다. 소설은 이시영 시인의 시 <유재필 씨>와 유자를 그리워하는 시로 마무리된다.
우리는 유자를 통해 이익만을 추구하고 부와 사치에 젖어드는 현대인들의 삶을 반성하게 된다. 재벌 총수가 사람보다 값비싼 물고기를 소중히 여기듯 우리도 정작 중요한 것을 잊고 사는 것은 아닌지 유자를 통해 돌아보게 되는 것이다. 급격한 산업화와 도시화로 인해 우리네 삶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관을 잃어버리고 사는 현대인들에게 전근대적이지만 인간미 넘치는 유자를 통해 스스로 반성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