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오후 2시 전상국 선생님(소설가, 김유정문학촌 촌장)가 종로구 대학로 한국시문화회관에서 “나의 삶 나의 문학”이라는 제목의 강연을 했다. 전상국 작가는 분단 문제와 전쟁의 상흔이 개인의 교육 및 가족 체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오랜 기간 천착해온 문인이며, 춘천의 대표적인 명소인 김유정문학촌을 운영하면서 토속적이고 해학적인 작품으로 식민지하를 살아냈던 소설가 김유정과 그의 작품 세계를 알리는 데 심혈을 기울여왔다.
‘소설을 쓰기 전에는 시를 쓰고 싶었다’며 문학의 첫 출발은 시와 시인이 가지고 있는 날카로운 직감에 대한 매력이었다고 강연을 시작한 전상국 시를 쓰지 못했다는 열패감이 오히려 소설 쓰기로 자신을 끌어당겼다고 말했다. 또한 학창 시절 문예반에서 활동했던 경험과 가장 자신에게 부족하다고 여겼던 ‘문장과 어휘’를 끊임없이 연습했던 과거를 이야기하면서 자신이 지독하게 닮고 싶었던 소설가 김유정의 작품 세계에 대한 강의를 진행하였다. 김유정의 <만무방>에서 제목 ‘만무방’은 ‘체면도 위신도 염치도 없는 하층민들’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으며, 유민이나 변두리 인생들의 삶을 음울한 식민지 시기였던 당대에 오늘날까지도 계속되는 웃음과 해학이 씌어졌다는 것은 ‘소설의 생명력’을 증언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체감 온도 영하 -23도에 육박하는 추위도 마다하고 강원도 춘천에서 서울 대학로까지
애독자들과의 만남을 위해 달려온 소설가 전상국 선생님.
화가나 예술가에게 친숙한 산뜻한 모자를 쓰고 '나의 삶 나의 문학' 강연을 시작하였다.
"성실한 작가로서 지녀야 할 자세에는 어떤 것이 있나요?"라는 한 10대 애독자의 질문에 "어휘와 문장에 대한 끈기"라는 답을 들려주신 소설가 전상국 님. 어휘와 문장이 약하면 작가가 펼치고 싶은 이야기도 그만큼 약해지거나 설득력을 잃기가 쉽다는 것이었다. 강연 내내 시를 쓰고 싶었던 청소년기, 그리고 강렬하고 감각적인 경험과 소재를 가지고도 그것을 구현해낼 수 있는 문장 쓰기가 어려웠다는 고백은 소설 읽기 뿐 아니라 소설 쓰기의 열정으로 하루를 보내는 많은 참석자들의 박수를 받았다.
또한 어떤 것에 '미친다는 것'은 그 대상이 가지고 있는 가치를 남보다 먼저 그리고 남보다 더 가까이 지니게 된다는 것으로, 왜 자신이 좋아하는 것, 닮고 싶은 것, 따르고 싶은 것에 미치게 될 때 그 이유를 늘 생각한다면 소설 쓰기의 집념에서 벗어나지 않을 수 있을 것이라는 대목 역시도 많은 호응을 받았다. 식민지하 지식인이나 신여성을 배제하고 오히려 어수룩하고 질박한 농촌의 일상을 그려냈던 김유정을 향한 애착이 아직도 소설 쓰기의 근본이 되고 있다고 말하는 작가의 목소리에선 그 당대 뿐 아니라 시대를 초월한 문학의 생명력이 느껴졌다.
한국시문화회관은 오는 2월 13일까지 주말(토,일)마다 우리 문단의 원로 및 중견 작가들을 초청한 문학 강연과 작가와의 대화, 시화전, 문인 육필 전시, 문학 영화 관람, 시 낭송대회, 전국 고교백일장 등 다채로운 행사를 진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