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백산맥』의 저자 조정래 선생님의 신작 『풀꽃도 꽃이다』 출간.
조정래 선생님의 신간 『풀꽃도 꽃이다』 출간!

조정래 선생님의 친필 사인

대하소설 『태백산맥』으로 널리 잘 알려진 소설가 조정래 선생님께서 시문화회관에 신작 『풀꽃도 꽃이다1,2(해냄출판사. 2016.7월)』를 보내주셨습니다. 조정래 선생님의 대표작은 자타가 공인하듯 『태백산맥』이지만, 오늘날까지도 지속적으로 책을 집필하고 출간하시는 선생님의 문학과 끈기에 감탄이 앞섭니다. 현재 10대 청소년들이 내적으로 겪는 가족, 학교, 부모님과의 갈등들, 그리고 그들을 이해하고자 하는 '어른'들의 시도가 아이들의 마음속에 가 닿지 못하는 불통의 현실을 유연한 서사로 우리에게 건네주고 있습니다. 선생님의 건강과 건필을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선생님.
∥출판사 서평 (온라인 교보문고 제공)
《정글만리》 이후 3년 만에 펴낸 조정래의 신작 장편소설!
우리 사회와 교육의 지향점을 제안하는 조정래의 장편소설 『풀꽃도 꽃이다』 제2권. 손자를 맞이한 후 유아기부터 시작되는 온갖 사교육의 실태를 파악한 저자가 3년간 집중적으로 자료를 조사하고 각급학교와 사교육 현장을 찾아가 관련 종사자를 취재한 후 소설의 틀을 짜 지난해 말부터 본격적으로 집필에 돌입해 펴낸 작품이다. 저자는 이 작품을 통해 전국 680만 초중고생들이 자신의 꿈과 미래를 선택할 기회조차 얻지 못하고 오로지 대학이라는 한 길만 바라보며 달리는 비통한 현재를 진단하고 우리 모두 함께 그려야 할 대한민국의 미래를 제안한다.
모의고사 성적표를 복도 벽에 붙여 학생들에게 위화감과 긴장감을 야기하는 ‘차별 교육’에 반대해 교장실을 찾아 항의하는 고등학교 교사 강교민은 학생들이 성적에 연연해 행복하지 못한 현실을 고치지 않으면 안 된다고 항변하고, 학생들에게는 성적보다 인간의 가치를 더 소중하게 여기며 살아야 함을 역설한다. 강교민은 학교 내의 폭행사건으로 열린 선도위원회에서 알코올 중독의 아버지와 가난을 이유로 공공연히 학교 폭력을 당하다 결국 폭행 사건에 휘말린 ‘불량 학생’ 배동기를 위해 교감과 생활지도부장을 간곡히 설득해 가까스로 퇴학을 막는다.
한편, 고교 동창 유현우가 긴급히 연락해 만난 자리에서 강교민은 유현우의 아들 지원이 엄마가 없는 곳으로 떠나는 방법은 자살뿐이라는 생각으로 실행에 옮기기 직전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지원과 그 엄마를 만나 상담해 보겠다고 약속한다. 대학을 졸업하고 남편과 자식들을 위해 전업주부의 길을 걸어온 김희경은 자식을 위한 ‘순정한 엄마의 마음’에 ‘무한경쟁의 질주’에 동참했음에도 아들 지원의 마음이 자신과 다르다는 데 좌절한다. 고민을 토로하고자 만난 고교 동창 최미혜에게 ‘엄마한테 자식이란 온 세상이나 마찬가지’라는 말을 들으며 공감과 위로를 받는다.
반면, 최미혜는 딸을 명문 여자대학에 보낸 후 동창들에게 자랑하던 김희경의 모습이 생각나 왠지 고소한 느낌을 받으면서도 지원과 같은 중학생 딸 예슬이 생각나 친구의 상황이 결코 남의 일이 아님을 절감한다. 같은 반 친구인 서주상이 힘세고 싸움 잘하는 전남호와 한태식에게 매일같이 괴롭힘을 당하는 것을 보면서도 그들에 대한 두려움에 도움을 주지 못하는 유지원은 분노에 휩싸인다. 전남호와 한태식은 학교 안의 또 다른 약자인 기간제 교사를 대상으로 수업시간에 장난인 척 성희롱을 일삼다가 결국 담임선생님에게 호되게 야단을 맞는다. 그러나 자신의 잘못을 깊이 뉘우치고 써오라고 한 반성문 과제를 서주상에게 시키는데……
∥작품에 대한 짤막한 감상
김민구(한국시문화회관 졸업회원, 서강대 국문과 박사과정)
조정래의 신작 『풀꽃도 꽃이다』는 그 제목이 넌지시 던지는 의미대로, "꽃"의 이름을 부여받은 식물 뿐 아니라 이름을 갖지 못하고 그저 "풀꽃"이라는 범주로 묶일 수밖에 없는 모든 식물들도 다 아름다운 "꽃"이 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지니고 있다. 총 두 권으로 상재된 『풀꽃도 꽃이다』는 한국 현대사회의 고등학교 및 학부모들이 자녀들에게 거는 맹목적인 기대와 그것을 거스르면서 늘 부모 또는 앞의 세대와 갈등과 마찰을 빚을 수밖에 없는 학생들 사이의 관계를 "강교민"이라는 한 교사의 시선으로 조율해나간다. 근대 학문 분과를 체계적으로 학생들에게 '교육'하는 학교는 곧 국민 국가(nation-state)를 만들어나가기 위해 가장 필수적인 제도적 조건들 중 하나였으며, 징집된 병사들을 훈련시키는 병영 역시 이 국민 국가의 건설 과정에 수반되는 제도(알튀세르의 말을 빌리면 "국가장치")이다. 병영이든 학교든, 그리고 과거든 현재든 교사와 학부모는 학생들을 모두 "명문대에 진학시키는" 일률화된 목적을 달성하도록 강요한다. 과거에 이 "일률화"가 조국회복 내지 국가발전이라는 거시적인 이데올로기를 위한 것이었다면, 현재엔 작중 등장하는 부모 세대에 씌어 있는, 명문대와 대기업이 곧 높은 가치의 삶을 보장한다는 물신주의의 유령들에게 학생들의 개성과 자유가 모두 바쳐지는 양상을 띤다.
또한 자신이 성취하지 못한 욕망을 자식을 매개로 대리 획득하려는 부모의 군상들은 비단 소설 속의 이야기가 아니다. 1권을 이루고 있는 상당수의 곁이야기는 실제로 한국 사회에 도출되었던 교육 관련의 객관적인 수치들이며, 성적을 비관한 학생들이나 부모의 욕망과 자신의 개성을 일치시키지 못했던 아이들이 결국 수행하게 되는 극단적인 선택 등 소설화된 에피소드와 실제의 에피소드가 뒤섞여 한 몸을 이루고 있다. 따라서 저자는 학생들의 가치와 개성 그리고 권리를 어떤 덕목보다 우선시하는 강교안의 목소리를 빌려, 과연 현 시대의 교육 문제의 책임은 원론적으로 어디에 있는 것인지를 질문한다. 성적 비관, 학교 폭력, 자식을 매개로 한 대리 욕망 등 이러한 병리적 문제들은 과연 교육 세태의 "일률화"를 온순하게 수용해내지 못한 예외적인 학생들에게만 국한되는 것인지, 아니면 소위 교육의 대계를 구축하고 문제를 진단하겠다고 나서는 관료들인지, 그들이 추구하는 것이 교육의 혁신이나 학생들의 평등한 권리 보장인지 아니면 성적으로 나뉘어지는 위계를 계속 공고하게 지탱함으로써, 개성보다 '일률화'를 추구하는 근대적 교육방식에 매몰되는 것인지, 더 나아가 무한경쟁과 명문대 헤게모니를 부추기고 있는 자들은 과연 누구인지에 대해서 질문하는 것이다.
부모와 자녀 사이의 관계, 그리고 학교와 학생 사이의 관계를 넘어서 약한 학생들에 위협의 대상으로 존재하는 것은 '힘센 아이들'이다. 이들은 자기보다 신체적 근력이 약한 학우들을 억압하고 복속시킴으로써 교실이라는 하나의 소사회 역시 권력 구도로 작동되기 마련임을 독자들에게 보여준다. 환언하자면, 학교 공간에 존재하는 위계란 학교와 학생, 교장과 교사, 부모와 자녀, 교사와 학생 간의 일반적인 상하의 양상과 함께, 학생과 학생 사이의 수평적 관계가 전복되고 '힘' 내지 '싸움 실력'으로 교실이 재편되는 모습도 나타나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 조정래의 『풀꽃도 꽃이다』에 재현되어 나타나는 이야기들이 지극히 '자연스러운' 오늘날의 축소된 모형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바로 이 '자연화naturalize'가 위험한 것이다. 교육 세태에 대한 지탄과 자성의 목소리는 매번 제기되지만 그것이 성과를 이루지 못한 까닭은 이 '자연화' 작용이 우리를 사회의 공론장으로 소환하지 않고, 바로 이것이야말로 바뀌지 않는 일상이라고 안일하게 생각하도록 요구하기 때문이다. 흔히 우리는, 졸업과 동시에 불편했던 과거를 모두 잊어버리려고 노력하며, 따라서 한때의 '우리'들은 타자화된 '저 아이들'이 된다. 우리는 조정래의 『풀꽃도 꽃이다』를 읽으면서, 이 타자화를 끊고 저 아이들의 현재가 우리의 과거였음을, 그리하여 우리가 소위 '어른'의 나이가 되어 익어가면서 무심코 고개를 돌려버렸던 캄캄한 그늘이 아직도 시퍼런 현실로 학교에 드리워져 있음을 자각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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