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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노래하는 歌客(가객) - 이동원 ( 문예 2000 - 1998년 여름호 ) - 한국시문화회관 - 문예도서관 - 작가와의 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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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과 예술에 대한 지식, 정보, 중요한 자료들을 편집자들이 집필해 놓은 공간입니다.

시를 노래하는 歌客 ( 가객 ) - ( 문예2000 - 1998년 여름호 )

 

歌客(가객) 이동원은 ()를 노래한다. 그의 목소리는 떠나는 이의 옷자락을 부여잡기도 하고 실개천이 휘돌아 나가는 어느 고향 산천을 떠돌아 다니기도 한다. 눌러 쓴 모자와 자켓이 퇴색되어도 오히려 더 잘 어울리는 느낌, 그의 색채는 짙은 블루칼라다. 그는 대중문화인이면서도 상업적인 영합과는 거리가 멀다. 곡을 소화해 내는 탁월한 능력을 지니고 있으면서도 늘 무대 저편에 서성거리듯 머물러 있다. 스포트라이트를 비켜선 채.

취재하는 동안 그의 모습에서 오랫동안 무대나 브라운관을 통해 느껴왔던, 익숙해진 또 하나의 느낌이 있다. ‘고독이다. ‘혼자 있음에 지극히 담담한 모습. 그의 고독이 그의 노래를 있게 했을 것이다. 그에게서 ()의 향기가 난다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시가 곧 노래라는 그는 시와 시인을 좋아하며 정호승 시인과 돌아가신 박재삼 시인을 특히 좋아한다고 했다. 그와 약속이 있는 커피숍의 문을 열었을 때, 눈에 들어오는 단 한사람. 89년도 향수이후 너무나 오랜만에 보게 되는데도 그의 모습은 낯설지가 않았다. 그 이유가 무엇인지 필자는 얼른 그와 대화를 나누고 싶어졌다.

 

문예 2000 : ‘향수이후에는 활동 모습을 볼 수가 없었습니다. 요즘 근황에 대해서 말씀해 주십시오.

이동원 : 저는 늘 음악을 하고 있습니다. 지금 한창 음반작업을 하고 있는데, 4년이 걸린 셈이군요. 음악이라는 것이 금방 만들어서 되는 것은 아니잖습니까.

 

문예 2000 : 이번 음반을 위해 4년의 정성을 들였다니 참으로 기대가 큽니다. 이번 음반에 대해 설명을 부탁드립니다.

이동원 : 이번 앨범에는 화제가 되는 노래들이 많습니다. 우선 정호승 시인의 봄길을 김희갑 선생이 작곡을 해서 만든 노래가 있고, 구전가요인 부용산이라는 노래는 여제자의 죽음을 안타깝게 여긴 교사가 만든 노래입니다. , 김구 선생의 말씀 중에서 발췌한 우리가 원하는 우리나라와 리메이크곡인 킬리만자로의 표범등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앨범의 전체적인 테마는 ‘IMF 시대의 낭만 있는 노래로 정했어요.

 

문예 2000 : 이동원씨는 지금까지 정호승 시인의 이별노래정지용 시인의 향수김초혜 시인의 사랑장석주 시인의 애인천상병 시인의 귀천등 시를 노래하는 가수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렇다면 시와 음악이 상관성이 있다고 보시는지요?

이동원 : 시 자체가 노래입니다. 시를 노래한다는 것은 완성도를 추구한다는 말과 같아요. 완성도가 아루어 질수록 노래는 오래 남습니다. 유행이 지나서 잊혀지는 노래가 아니라 영원히 남는 음악이 되는 것이죠. 시가 저에게는 위로가 되니까 자연스럽게 감동받아 노래하는 사람으로서 만들게 되는 겁니다. 물론 좋은 시라도 음악이 되는 것이 있고 안 되는 것이 있지요. 그 기준은 내 정서에 맞는 시가 골라지는 것입니다.

 

문예 2000 : 이동원씨에게는 시적인 향기가 가득합니다. 요즘 시대에 시를 노래로 불러야 겠다는 생각 자체가 시를 사랑하지 않고서는 가능하지 않은 일이라 여겨지는데요. 혹시, 시인이 되겠다는 생각을 해 보신 일은 없으신지요?

이동원 : 시를 쓸 수 있 능력이 있다면 노래 안하고 시만 쓰죠(웃음). 앞으로는 모르겠어요. 그러나 아직은 노래를 할 때입니다.

 

문예 2000 : 시를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어떤 시인을 좋아하는지요?

이동원 : 좋아하는 시인이 참 많습니다. 그 중에서도 장호승 시인과 돌아가신 박재삼 선생, ...헤아릴 수 없이 많죠.

 

문예 2000 : 이동원 씨가 주목을 받게 된 계기가 79년도 최인호의 소설 불새를 영화화 했을 때 주제음악을 만든 이후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주제 음악에 주기도문을 삽입해서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내셨는데, 그러한 분위기로 이끌고 간 이유가 무엇입니까?

이동원 : 영화의 메시지가 사람 안에 내재되어 있는 선과 악의 갈등을 다룬 것이었습니다. 주기도문을 도용한 것은 사람의 악에 대해서 용서의 의미로써 삽입시킨 것입니다.

 

문예 2000 : 가수로서 뮤지컬에도 출연하셨습니다.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에서는 예수역을 맡았고, 에비타에서는 체 게바라 역을 맡으셨는데, 그것이 이동원 씨의 음악적 역정에 어떤 의미를 가져왔는지요.

이동원 : 뮤지컬 출연은 개인적으로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무대에서의 자기연출법을 배웠고, 음악에 대한 폭이 넓어졌습니다. 또 연기를 하면서 다양한 사고를 할 수 있게 되었죠.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도 좋은 작품이지만 에비타에서의 체 게바라 역할은 다시 한 번 해보고 싶습니다.

 

문예 2000 : 박인수 교수와 함께 향수를 발표했을 때 클래식의 전통적 권위를 옹호하는 쪽에서 반대의 목소리가 높았습니다. 그 때의 상황과 입장을 말씀해 주십시오.

이동원 : 참 말이 많았지요 . 그 때 박인수 교수는 국립오페라단의 단원이었는데 그곳에서도 소외당하고, 타학교 음대 교수들도 탐탁지 않게 여겼어요. 그런 상황에서 저의 입장은 매우 난감했죠. 제가 나서서 얘기할 수 있는 문제도 아니었고. 그러나 결국에는 그런 권위들이 무너지지 않았습니까. 벌써 10년이 다 되어가는 노래인데도 한결같이 우리 곁에 남아 있는 노래가 되었죠. ‘향수는 열린 음악회가 활성하 된 계기도 만들어 주었다고 할 수 있어요. 그 전에는 성악가와 대중가수가 한 무대에 설 수가 없었죠. 그런 관점에서 향수는 사회적 의미가 있는 노래입니다.

 

문예 2000 : 89년도 향수이후 TV활동을 하지 않는 동안 방송에서는 확연히 달라졌습니다. 90년대초로부터 10대의 댄스 가수들이 방송가를 휩쓸고 있는 사이 한쪽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이제 곧 앨범이 출시되어서 활발한 활동을 하셔야 될 텐데요. 10대의 가수들과 한 무대에 설 수 있겠는지요?

이동원 : 분명한 이유가 있다면 마다하지 않겠습니다. 그러나 나는 요즈음 주류를 이루고 있는 랩 음악을 싫어합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생각하면 그 세대들에게는 무가치할 수 없는 음악이죠. 요즈음에는 그런 음악들이 마치 전체의 음악처럼 흘러가고 있지만 그건 아닙니다. 그저 성장하는 아이들에게 위로가 되는 그들만의 음악이라고 보는 거지요.

 

문예 2000 : 앞으로 대중 가요계가 어떻게 흘러갈 것이라고 보십니까?

이동원 : 이제는 어쩔 수 없이 가짜는 통하지 않을 것입니다. 대중들의 음악 수준도 상당한 수준이에요. 진실성이 있는 음악을 해야 된다는 것이죠. 그런 의미에서 표절은 철저하게 배제를 시켜야 합니다. 이제는 한국인과 한국 노래를 이해하지 못하면 안될 겁니다.

 

문예 2000 : 앞으로의 계획을 말씀해 주십시오.

이동원 : 녹음 작업 마치면 전국적으로 콘서트를 가질 계획입니다.

 

이동원. 허스키하고 낭만과 여유있는 그의 목소리가 황폐해진 대중의 가슴을 적실 날도 멀지 않았다. 인터뷰를 마치고 일어서는 발걸음이 가벼운 건 우리 대중음악계의 기품과 깊이를 이루는 이동원이라는 존재를 다시 한 번 확인했기 때문이리라.

언제나 떠날 채비가 되어 있는 듯한 자유인 이동원. 왕성한 음악활동과 정진을 기대해 본다.

 

 

그대 떠나는 곳 내 먼저 떠나가서

그대의 뒷모습에 깔리는 노을이 되리니

옷깃을 여미고 어둠 속에서

사람의 집들이 어두워지면

나 그대 위해 노래하는 별이 되리니

 

(정호승 , 이별 노래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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