同伴·1 -소리연습
홀로 깨어서 뒷짐 지고
뜰에 내려 서면
어디선가 어어이 어어이 하며
부르는 소리가 들립니다.
검은 하늘에 떠 있는 희미한 달빛이
산에서 내려 온 바람이
한 치씩 자라고 있는 장미나무 순이
한 마디씩 나를 향하여
어어이 어어이 하고 부르고 있습니다.
달이 부르는 소리에 달의 울음으로 대답하고
바람과 나무가 부르는 소리에
바람과 나무의 소리로 대답하면서
온 세상을 향하여 나는
대답하는 일을 배웁니다.
모두 잠 들어 있는 어둠 속에서
아주 조그맣게
가장 멀리까지 들리는 소리를 내기 위하여
온 밤을 몸 줄이며
피르 한 사발 쏟아야만 트인다는
소리 연습을 합니다.
同伴·2 - 잠행
물 속에 머리를 처박은 채 눈뜨는 일을 배우기 시작했을 때 짜디짠 소금물이 눈과 코를 찌르고 온 몸은 얼얼하게 절고 호흡조차 막히곤 했습니다.
해마다 바닷물에 머리를 드리밀고 소금물과 싸우면서 나는 조금씩 눈뜨는 일과 숨 쉬는 일에 익숙해져 갔습니다.
수없는 잠행 연습을 거치면서 제법 물과 익숙해 지고, 어느덧 내 몸에는 작은 지느러미가 자라나고, 푸른 수심 속에 떠 있는 해초의 움직임과 물 밑 모래 속에 박혀서도 숨 쉬고 있는 진주빛 조개의 살아 있는 모습을 가려서 알게 되고, 그리고 물 속에 깊이 들어가 있으면 전혀 파도의 움직임에 밀려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몸의 힘을 완전히 빼고 잠시 움직이는 일도 멈추고 물 속에 떠 있으면 신비한 적막에 실려 세계가 그 본질을 드러내 줍니다. 몸에 잘 어울리는 한 벌의 옷처럼 바다는 아주 자연스런 얼굴로 나와 만나러 옵니다.
同伴·3 - 뿌리의 꿈
내개로 올 때는 친구여
부디 조용히 문을 두드리시게
나는 지금 깊은 겨울 속에 누워
씀바귀 뿌리 같은 꿈 하나 내리면서
깊은 잠 자고 있으니
속주머니의 동전 몇닢조차
말끔히 털어내고
눈비 맞으며 서 있는 벗은 나무 옆에서
유태의 여자처럼 나는
먼 여행 바라보고 있으니
내게로 올 때는 부디
입 다물고 발소리도 줄이고
드나드는 흔적마저 줄이고
조용히 와주시게
그대 뒤에 숨어 있는 바람
창칼 같은 눈물도 문 밖에 버려두고
친구여
쓰디쓴 마늘과 쑥 한 짐 지고 나는
백 날의 낮과 밤을
조용한 잠 속에 눈뜨고 있으니
내게로 올 때는 부디
거친 들판에서 묻혀 온 진흙과
풀꽃들의 향기 모두 벗어두고
맨몸으로 걸어서
저절로 익어가는 땅 밑 수액처럼
그렇게 오시게
가득 찬 배낭도 신들메도 벗어두고
빈 마음 빈 손으로
조용히 오시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