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31일 오전 10시~12시 대학로 전국 고교생 백일장 본선 개최
1월 31일 오전 10시에 있을 제1회 대학로 전국 고교생백일장 본선을 치르기 위해 시작 30분 전부터 본선 진출이 결정된 학생들이 밀려들었다.
오늘 시제가 과연 무엇이 나올까, 하는 궁금함과 한 달 동안이나 시문학축제를 열고 있는 한국시문화회관은 어떤 곳일까 하는 호기심으로 가득한 눈빛들이었다. 입구에서 명단을 확인하고 명찰을 받은 학생들은 시제가 나오기를 기다리며 좌우로 빼곡하게 들어찬 시집 몇 권을 가져다 읽기도 했다. 백일장에서 작품을 쓰는 모든 학생들이 그렇겠지만, 앞으로 공개될 시제에 대한 막연한 걱정을 이기기 위해 책을 읽곤 하는 것이다. 예상보다 먼저 도착한 학생들은 잠깐 주위를 둘러보겠다며 밖으로 나가기도 했고 작은 수첩을 꺼내 썼다가 지우기를 반복하며 10시가 되기를 기다렸다.
10시 정각이 되기 5분 전, 감독관들이 각 고사장에 들어가 시험 중 유의할 사항을 먼저 전달했다. 작품을 완성했다 해도 조기에 퇴실할 수는 없으며 문단 수정에 필요한 간단한 원고지 사용법 안내를 거쳐 한 사람당 구상지 한 장과 원고지 세 장이 배부되었다. 그리고 10시 정각이 되자마자 바로 시제가 공개되었다.
시제: 빙하기, 길 위에서 길을 찾다 (택1)
(운문, 산문 공통)
시제를 보고 구상지에 열심히 머릿속에 떠오른 단상들을 메모하는 학생들. (제2고사장)
운문 부문 심사위원 : 시인 김영승 선생님
산문 부문 심사위원: 소설가 윤후명 선생님
제 1회 대학로 전국 고교생 백일장의 심사를 맡아주신 분은 시인 김영승 선생님(운문부)과 소설가 윤후명 선생님(산문부)이셨다. 김영승 선생님은 1980년대부터 우리 시단에서 실험적이면서도 철학적인 작품을 천착해오신 90년대의 대표 시인이다. 수백 편이 넘는「반성」연작과 『무소유보다 찬란한 극빈』등의 시집으로 일약 천재 시인이라는 명성과 평가를 받고 있다. 실험과 개성을 추구하면서 동시에 가장 가난한 자아(극빈)의 삶의 질곡들을 강렬하게 담아낸 시세계를 펼쳐오셨다. 윤후명 선생님은 먼저 시인으로 등단하신 후 소설가, 화가 등 문학과 예술 전반에서 다방면의 작품세계를 이루어 오셨고 역시 우리 문단을 대표하는 작가이시기도 하다. 두 분 모두 기성 시인들에게 주어지는 문학상을 심사하시는 분들인데 선뜻 대학로 고교생 백일장의 심사를 쾌히 승낙해주셔서 감사했다.
대상 수상자로 선정된 안소람 학생(산문)
안소람 학생의 수상작 낭독
늘 무대에서 자신의 작품을 낭독하고 있노라면 흡사 자신의 글이 반성문이 된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분명 마음속으로 몇 번씩이나 쓰고 지우고를 반복했지만 다른 사람들 앞에서 읽다보면 문장 하나하나가 큰 후회와 망설임으로 다가오기 때문일 것이다. 잠깐 끊어지다가도 끝까지 자신의 문장을 낭독해낸 안소람 학생은 큰 박수를 받았다.
불과 두 시간 남짓되는 시간 동안 한 편의 글을, 그것도 썩 마음에 드는 글을 한 편 쓴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예선을 거쳐 본선에 이른 학생들은 단지 예선에 작품을 보낼 때와는 완전히 다른 설렘과 걱정 그리고 조바심으로 가득했을 것이다. 마음의 부담을 이겨내고 한 문장씩 학생들은 대략 한 시간 동안 구상해놓은 메모들을 차례차례 문학적인 문장으로 바꾸어냈을 것이다. 한 줄을 쓰기 위해 마음속으로는 열 번 스무 번은 넘게 고쳐 쓰기를 반복하면서 자신이 선택한 제목에 합당한 글 한 편을 써냈을 학생들에게 큰 박수를 보낸다.
시상식의 시작을 알리자 시문화회관의 홀은 발 디딜 틈 없이 본선에서 열심히 작품을 썼을 학생들로 가득 찼다. 시상은 각각 장려상(10명) 우수상(5명) 최우수상(2명) 대상(1명)순으로 진핻되었으며 특별히 최우수상과 대상 수상자의 경우 오늘 쓴 작품을 사람들 앞에서 낭독하는 시간을 가졌다. 장려상은 상장과 부상이 당일 수여되었지만 우수상부터는 금전의 유실을 예방하기 위해 상장만을 수여하고 부상은 계좌 이체로 이루어질 예정이다. 또한 예선에 투고한 학생들을 포함하여 제1회 대학로 전국 고교생백일장에 참여한 모든 학생들에게 계간 <문학나무>에서 출간된 작품집과 개관30주년 기념노트 등의 기념품이 배부되었다.
운문 부문 심사를 맡은 시인 김영승 선생님은 운문 작품의 가장 큰 요소로 '긴장tension'을 들었다. 어느 제목을 택했든 간에 한 편의 시가 전반적으로 생동감있는 긴장을 이루고 있는지, 한 행에서 다음 한 행으로 건너갈 때 긴장이 잦아들기도 하고 또한 솟구쳐오르기도 하는 묘미가 잘 살아나 있는지를 중점으로 보았고 학생다우면서도 소재에 대한 개성과 연민이 들어 있어야만 좋은 시임을 역설했다. 산문 부문 심사를 맡은 소설가 윤후명 선생님은 수상을 했든 하지 못했든 작품에 대한 수고와 열망은 온전히 글을 쓴 사람 하나 하나의 몫이며 한 번의 대회로 문학 인생의 진로가 정해지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힘주어 말했다. 또한 소설 쓰기란 단지 바로 앞을 보는 것이 아니라 평생을 걸어야 하는 과제라는 것을 잊지 않아야 20대, 30대가 되어서도 문학을 잊지 않을 수 있다는 말씀이었다.
수상자를 포함하여 제1회 대학로 전국 고교생백일장에 작품을 투고한 학생들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다. 두 분 심사위원이 공통적으로 말씀하였듯이 중요한 것은 앞으로의 자기 스스로를 믿는 강한 신념이며, 작품을 향한 열망은 성공과 실패로 양분될 수 있는 것이 결코 아니라는 점을 기억하고 앞으로 훌륭한 작품으로 서면 되는 것이다. 더 나아가, 한 편 한 편 정성들여 쓴 학생들의 작품을 이곳 한국시문화회관에서 다시 반갑게 만날 수 있는 날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