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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봉 시인 (광주대 교수) 신작시집 『봄바람, 은여우』 출간 - 한국시문화회관 - 문단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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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은봉 시인 (광주대 교수) 신작시집 『봄바람, 은여우』 출간 - 이은봉, 봄바람은여우.jpg

이은봉 시인(광주대 교수) 신작시집 『봄바람, 은여우』 (도서출판B) 출간!

 

  우리 시단의 중진이자 광주대학교 문예창작학과에서 후학 양성에 매진해온 이은봉 시인이 신작시집 『봄바람, 은여우』를 출간했다. 시인은 시집의 서두에서 '바람' 이미지에 대한 원숙한 성찰을 계속하면서 부는 바람(風)과 비는 바람(소망) 그리고 바람이 만들어내는 우리 세계의 이미지들에까지 사유를 뻗어간다. 그렇다면 시인의 바람대로, 이 시집은 마음속으로 손을 뻗어오는 시어들의 움직임을 마치 바람(風)으로 여기면서 읽어봄직 하다. 이은봉 시인은 우리들 삶 속에 흐르고 있는 서정성을 추구하면서 때론 불의한 현실에 날카로운 시선으로 참여하는 세계를 견지해왔다. 그런 의미에서 이 시집 역시 많은 시편들이 영속적인 자연의 풍경과 그 풍경의 관찰자 내지 산책자인 시인과 그리고 끝없이 인연으로 연결되어있는 사람과 생명 사이의 관계에 대해 바쳐져 있다고 볼 수 있다. 
  시인은 일단 시를 써야 하고, 삶을 위해 노동해야 하며, 또한 세계 속의 한 개인임을 스스로에게 주지시키면서 앞으로 나아간다. 시인이 사유하는 지점에는 바람이 불고 그 바람은 시를 타고 타자에로 가 그가 내는 바람소리를 새롭게 듣는다. 서로 소통하는 일은 서로의 바람소리를 듣는 일. 또는 저마다의 바람이 스치고 지나간 흔적에 서 있는 일일 것이다. 그러면서 바람은 시인의 몽상이 허락하는 이미지를 입고 새로운 형태로 다시 태어난다. "어떤 바람의 송곳니는 빨갛다/황혼의 하늘 온통 물어뜯으니까//바람의 이빨이여 네가 나타나면/살아있는 것들 다 잡아먹는다."(「바람의 이빨」 中) 바람은 깨진 사기조각, 송곳니, 봉두난발의 떼거지, 페스트 바이러스, 메뚜기 떼, 벼의 친구, 고소하게 구운 술안주 등으로 일견 다채로우면서 또한 목가적인 삶에 밀접한 표상으로 화한다. 서문에서 시인이 밝혔듯이 바람은 '추상이 아니라 구상'이며 '끊임없이 형상'인 것이다. 막연한 관념이나 눈에 보이지 않는 무형의 것이 아니라 더욱 확실하고 명징하게 운동하는 이미지이다. 
  이은봉 시인의 시에서 바람은 아름다운 연민의 전염성을 띤다. "거미는 외로운 황제다 숲가에 처놓은/그물에 걸리는 먹이만 먹는다/(...)/오래 굶어야 하는 마음/어루만지기 위해/거미는 저 혼자 줄 타는 재주를 부린다"(「거미」 中) 시인의 연민과 삶에 대한 애착이란 관념은 바람이란 명징한 이미지가 되어 먼 숲속으로 날아간다. 숲 어디쯤에 나무 사이에 집을 짜놓은 거미는 '황제'이지만 그래서 '그물에 걸리는 먹이만' 먹는다. 자신의 집을 떠나지 않고 먹이가 날아와 걸리기를 기대한다. 배고픈 거미는 '저 혼자 줄 타는 재주'를 부린다. 하지만 보라. '줄 타는 재주'는 거미가 살아가는 당연한 삶의 방식이다. 그러나 그 일상적이면서 유연한 삶의 방식 이면에는 배고픔이 있고 스스로의 존재 상태를 가만히 어루만져야 하는 고독이 있다. 글쓰기로 대표되는 시인의 삶의 방식은 그것 스스로 삶을 견디는 노동이다. 이는 시인 혼자의 것이 아니라 삶을 가진 생명 모두의 것이고 그 생명은 노동하고 운동한다. 그리고 바람은 생명 있는 자들에게 다가가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그 생명 자체가 된다. 따라서 시인의 노동은, 거미의 줄타기는, 더 나아가 인간이 자라고 변화해온 시대와 역사까지도 바람이 된다. 삶을 견디는 치열한 생명의 운동과 그 운동이 남긴 흔적에 부는 바람을 타고 우리는 계속해서 살아갈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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