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력
(1918- ) 함북 경성(鏡城)출생. 일본 와세다대 토목과(1942) 및 한양대 토목공학과 졸업(1967). 서울대 행정대학원 도시 및 지역 계획학과 석사과정 수료(1970). 1939년 『조선일보』에 「차창(車窓)」, 「꽁초」, 「화안(畵眼)」 등을 발표하여 등단. 일본에서 『VOU』 동인으로 모더니즘 운동에 참가했으며, 광복 후에는 『신시론(新詩論)』 동인으로 모더니즘 운동을 전개. 한국 신시학회회장 역임. 현재 세기종합기술공사 대표이사. 1986년 한국문학평론가협회 제5회 문학상, 1988년 제3회 상화(尙火) 시인상을 수상.
초기의 시는 일본의 모더니즘 영향을 받아 외계의 사물을 다른 사물로 유추(類推)하여 선명한 회화적 이미지로 형상화하여, 시의 공간적 조형을 보였으나 후기에 와서는 의식 속의 심리(心理)까지 이미지화하려는 경향을 보였다.
시집으로는 합동 시집인 『새로운 도시와 시민들의 합창』(도시문화사, 1948)을 비롯, 『현대의 온도』(도시문화사, 1957), 『태양이 직각으로 떨어지는 서울』(청담문학사, 1985), 『서울은 야생마처럼』(문학사상사, 1987) 등이 있다.
작품세계
국제열차(國際列車)는 타자기(打字機)처럼
[해설: 유지현]
이 시는 시각적 심상이 두드러진 시이다. 성난 타자기와 같은 열차, 보라빛 애정, 빗발처럼 내리는 어둠 등의 시적 표현은 시각적 심상의 효과에 의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김경린은 1950년대에 모더니즘 시 운동을 기치로 내건 <후반기> 동인을 조직하여 활동하였다. 이 시에는 1950년대 모더니즘 경향시의 한 양상을 잘 드러나 있다. 현대인의 복합적인 정서를 시각적인 효과에 의지하여 전대(前代)의 서정시인들과 구분되는 실험적인 기교를 보이고 있다.
1연에서 `성난 타자기처럼 / 질주하는 국제열차'는 현대문명의 상징이라고 볼 수 있다. 맹렬한 속도로 달리는 열차에 실려 젊음의 시간이 실려가고 있다는 화자의 진술은 기계문명의 메카니즘의 뒤안길에 놓인 자아의 위기감을 드러내고 있다.
이러한 위기감은 3연에서 보듯 개인적인 삶의 여건보다는 사회적인 분위기에서 비롯된 것이다. 거리마다 넘치는 것은 거품처럼 부풀어진 불안과 공포감 그리고 사회적 의미를 상실한 `예절' 때문이다. 젊은이다운 꽃과 태양을 등지고 내려오는 빛발 같은 어둠을 맞는다는 표현은 암담한 심경의 일단을 드러내고 있다.
암담한 그에게도 다소의 희망은 남아있다. 그리운 대상과 더불어 찾아올 아침의 투명함이 그것이다. 이것은 기계문명의 삭막함, 암울한 사회분위기에 대응할만한 희망의 빛은 아니다. 그를 자극하는 애정은 `먼 앞날에 추락할지도 모르는' 성질의 것이라는 점에 비추어 볼 때 아침이 의미하는 희망 또한 피상적인 자기위안에 그치는 것이다. 새로운 표현기법으로 전후의 불안과 암담함을 표출하려고 하였던 시인의 정신은 분명 새로운 것이었으나 현실에 대한 인식이 피상적인 것에 그침에 따라 일정한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는 점 또한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