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셜 네트워크, 작은 모험에서 거대한 대화의 장까지
김민구
어느 신문을 살펴보더라도, 경제를 다루는 기사문에선 늘 억만장자에 대한 내용이 등장한다. 한 분야의 독보적인 선구자로 평가되어지는 그들은 사회적으로 지도층의 위치에 서 있지만, 자신들의 제품을 홍보하고 더 많이 구매해 줄 소비자들을 위해 매번 탁월한 상품을 만들어 시장에 내보낸다. 경제적 위치에서 그들은 대부분의 사람들보다 위에 서 있지만, 소비자가 없으면 그들의 경제력도 무산될 수밖에 없으므로 대기업의 경영진들은 다른 경쟁사보다 압도적으로 고객의 이목을 집중시키기 위해 분투한다. 세계의 경제와 주가를 좌우하는 CEO들은 석유생산국의 국왕처럼 선천적 특권을 가진 자들을 제외하면 다들 나이와 연륜이 높은 사람들인데, <소셜 네트워크>는 2003년 한 젊은 하버드대 학생이 만들어낸 범지역적 통신체계인 ‘페이스북’을 만들어냄으로써 최연소 억만장자의 반열에 오르게 되는 과정을 그렸다는 점이 독특하다. 게다가 페이스북 프로그램의 배당금과 권리를 두고 벌어지는 법정 소송의 스토리가 전체 스토리 속에 들어있는 옴니버스 형태의 연출 방식은 페이스북의 창시자였던 마크 주커버그라는 학생의 과거와 현재를 한 번에 이해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한 천재적인 학생의 아이디어가 어떻게 세계의 사람들을 한 곳에 집중시켜 대화의 장을 새롭게 구현한 것일까.
실존 인물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제작된 <소셜 네트워크>의 주인공인 하버드대 학생 마크 주커버그는 애인에게 결별을 통보받고 술에 취해 블로그에 그녀에 대한 험담을 해대면서 학내 기숙사 네트워크를 해킹해 모든 여학생의 사진을 다운받은 후 한 쌍씩 대조해나가는 식으로 가장 아름다운 얼굴을 가진 학생을 투표를 통해 뽑을 수 있는 홈페이지를 만들어낸다. 그의 홈페이지는 학생들의 폭발적인 관심과 방문으로 인해 기숙사 서버 자체의 트래픽을 초과하여 다운시키는 일마저 벌어진다. 하버드대학교는 학교 서버에 대한 고의적인 해킹 행위를 들어 마크를 징계하고, 그는 며칠 동안이었지만 학생들이 한 서버에 몰려들 수 있는 것에 착안하여 페이스북이라는 통신 네트워크를 만들어낸다. 처음에는 기숙사와 학교 중심으로 성장하다가 나중엔 근처의 대학교로 규모가 확장되고 페이스북은 하나의 기업으로 서게 된다. 하지만 하버드대에 같이 다니고 있던 윙클보스 형제가 페이스북의 근본적 원천과 아이디어의 초기 단계에 대한 권리는 자신들에게 있다며 마크에게 소송을 걸고, 한때 마크의 절친한 친구로서 페이스북이 기업으로 성장하는 데에 금전적 지원을 총괄하고 있었던 에두아르도가 CEO의 자리에서 일방적으로 경질되자 불만을 품고 마크에게 소송을 건다. 게다가 음원 파일 공유 사이트인 '넵스터‘의 창시자 숀 파크를 경영자로 영입하면서 페이스북의 회원수는 자그마치 100만여 명으로 늘어나고, 회원수 100만 돌파 기념 파티를 하던 중 숀의 마약 소지와 미성년자 불법 채용 사실이 드러나게 된다. 이로써 마크는 두 개의 소송에 휘말려 복잡한 분쟁의 정점에 서게 되었을 뿐 아니라, 무수한 자산 가치를 지닌 기업의 총수가 되었음에도 사소한 소문으로 단숨에 무너질 수 있는 인터넷 사업의 CEO인 까닭에, 자신을 고소했던 윙클보스 형제에게 얼마의 돈을 지불하는 것으로 합의를 하게 된다. 그리고 친구 에두아르도를 경영자의 직위로 복권하여 세간에 알려지지 않은 액수로 배당금을 합의하여 모든 소송을 마무리 짓는다. 그러나 마크 주커버그는 여전히 최연소 억만장자이며, 그의 페이스북은 현재 5억여 명의 사람들이 이용하고 있다.
마크 주커버그가 페이스북을 만들게 된 계기는 자신이 계획한 서버에 엄청난 사람들이 접속할 수 있는 모습에서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다. 한화 58조원이라는 거대한 자산가치를 지닌 사업이 겨우 하나의 아이디어에서 출발했다는 사실은 무척 우리를 경탄케 한다. 비록 아름다운 얼굴의 여학생을 선정하는, 어찌 보면 젊은이답고 다른 시각으로 보면 무척 객쩍은 의도의 홈페이지였으나, 얼굴조차 모르는 사람들을 가상공간의 네트워크 속에서 새로운 인연을 만들어나갈 수 있도록 해주었다는 점에서 그것은 단순한 만남의 장 이상의 성격을 갖는다. 미국의 사회적 잣대를 알지 못하니 섣불리 언급할 수는 없지만 사업이라는 것은 시작하려는 모든 사람에게 있어서 모험에 가깝다. 특히 경제적 부를 이루고자 하는 사업은 절대적으로 성공의 보장이 없으며 세상의 이목과 운이 따라주지 않으면 노력한 만큼 결실을 보지 못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마크 주커버그가 페이스북을 만들 때 그의 나이는 불과 19세였다. 컴퓨터 작업에 대한 천재적인 열정과 능력으로 인해 배가된 모험심 탓인지, 아니면 혈기왕성한 나이라 실패에 대한 걱정이 크게 없었는지, 스스로도 이렇게 비약적인 성장을 이룰 것이라 예상하지 않은 까닭인지 몰라도, 한창 어렸던 그의 머리에선 전세계의 사람들을 한 곳으로 집적시킬 수 있는 대략적인 구도가 그려졌을 것이다. 그리고 실행에 옮긴 것이다. 이루어질 수 있는 상상과 그것을 실제로 구현하겠다는 결단력이 페이스북의 양분이 아니었나 싶다.
그러나 <소셜 네트워크>의 내용은 천재 대학생의 벤처 창업 성공기만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다. 그보단 엄청난 자산가치가 잠재된 아이디어 자체에 대한 권리를 둘러싼 소송 이야기가 절반을 차지한다. 당연하지만, 주인공인 마크 주커버그를 겨냥한 소송들이다. 한 쪽은 페이스북의 근간을 이루고 있는 아이디어에 대한 권리를 주장하고, 다른 한 쪽은 불합리한 자신의 처사를 원상태로 복구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참 판결하기 까다로운 문제다. 에두아르도의 소송은 금전과 직급의 합의로 마무리짓는다 해도 전자인 윙클보스 형제의 소송은 어찌할 것인가. 지극히 냉정하고도 당연한 말이지만, 생각에는 주인이 없다. 손에 잡히지 않아 막연한 상상을 눈에 보이도록 형상화하는 데에 성공한 쪽이 주인이 될 수밖에 없다. 시짓기로 말하자면 의도는 누구나 갖고 있으나 결과적으로 표현력이 뛰어난 시구(詩句)는 주인이 있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사업의 영역에서 생각하는 것보다 더 가치있는 것은 창조하여 남들보다 먼저 명백히 쟁취하는 것이다. 아이러니한 것은 거대한 기업으로 확장된 페이스북으로 인해 마크 주커버그와 에두아르도의 우정은 파국을 맞게 되었다는 사실이다. 절친했던 자신의 관계를 포기하고 5억 명이라는, 일종의 허상에 가까운 가상적인 친구를 얻은 셈 아닌가. 그 때문인지 모두 자리에서 떠난 후 물끄러미 옛 애인의 페이스북을 들여다보는 마크의 표정에서 우리는 깊은 심연과도 같은 근심과 후회를 읽는다.
문득 생각의 주인이라는 말에 대해 생각한다. 각자 사람들마다 개성이 있겠으나 사유하는 바는 공통적인 면을 갖고 있을 것이다. 독창적이라고 생각되는 것이 비단 나 혼자만의 것이며 내가 처음 그러한 상념을 해왔겠는가. 생전 처음 보는 시인의 작품집을 접할 때 가끔 깜짝깜짝 놀랄 때가 있다. 한때 내가 지워버렸던 상념이 어찌 이토록 명징한 어구로 이루어져 내 앞에 있는 것인가. 그럴 때마다 나는 살아오는 동안 즐겨 생각하곤 했던 상념들을 머릿속에서 삭제한다. 나의 시가 금전적으로 무슨 까마득할 정도로 높다거나 그런 것이 아니기 때문인지 모르지만, 자신의 생각을 누군가 읽은 듯 먼저 깨달아 상품을 만들어낸 것을 갖고 법정에다 소송까지 거는 윙클보스의 행동은 얼마나 저열한가. 생각은 누군가에 귀속된 것이 아니다. 누가 더 많은 소비자를 공략하고 더 상품가치를 지니도록 제작하느냐에 달렸다. (사담이지만 예술품에 상품 가치를 매기긴 싫다) 페이스북. 작은 모험에서 시작된 커다란 인적 집약체. 현실에서의 소통 부재가 팽배한 현대를, 한 젊은 대학생의 아이디어가 조금이나마 치유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