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라리스 / 김민구
강물이 흘러가고 그 주변에 푸른 수초들이 자라 있다. 시든 갈대 위로 푸른 점퍼를 입은 한 중년의 남자가 작은 상자를 들고 서서 주변을 살핀다. 물에 잠긴 수초들이 잎사귀를 적신다. 고요히 물 흘러가는 소리만 들리고, 사내는 안개가 깔린 풀밭 위에 서 있다가 어디론가 가기 시작한다. 커다란 나무가 양옆으로 굵은 가지를 뻗은 채 서 있는 정원, 중년의 남자가 걸어가더니 늪지대를 지나 건너편 기슭에 있는 집에 도착한다. 말 한 마리가 잠깐 나타났다 사라지고 사내는 물에 손을 씻더니 정원 위에 자리잡은 다리 위의 기척을 바라본다. 다리 위엔 노인 두 명이 서로 이야기를 하고 있다. 그들은 집으로 걸어오는 중년 남자를 만나고, 노인과 같이 있던 소년은 분홍색 옷을 입은 소녀를 만나 인사를 나눈다. 노인들은 서로의 늙음을 한탄하며 우주정거장에서 보내는 메시지에 관해 솔라리스학과 연계된 연구를 갖고 토론하다가, 노인은 다른 노인에게 아이를 맡아달라고 한다. 집이 쾌적하다는 말에 집주인인 노인은 제 할아버지 집과 똑같이 생겼다고 말하는데, 갑자기 비가 쏟아지고 정원에서 놀던 아이들이 황급히 집 안으로 들어온다. 아까의 중년 사내는 집 발코니에서 가만히 비를 맞고 서 있고, 세차게 내리는 빗줄기는 탁자 위의 커피잔과 과일들을 적신다. 사내는 의자에 앉고 금세 비가 그친다. 안개가 걷히고 한쪽으로 기울어진 나무들과 늪지대의 전경이 드러난다. 아까 대화하던 노인은 중년 사내에게 가겠다고 말하고, 사내는 아내를 보고 싶지 않느냐고 묻지만 이미 많이 봤다는 대답만 되돌아온다.
갑자기 기계음이 들리고 장소가 전환된다. 검은 정장을 차려입고 턱수염을 기른 남자가 솔라리스 바다 위에서 이루어진 21간의 탐색 작업계획을 소개하다가 그들이 실종되어 수색대를 보냈으나 짙은 운무로 취소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한다. 장소는 청문회장처럼 보인다. 발표자는 모두 복귀했지만 버튼이 조종하는 헬기만 돌아오지 않았으며, 버튼은 어두워진 뒤에 돌아왔다고 한다. 버튼은 경력 11년차의 베테랑답지 않게 쇼크 증세를 보였으며 정거장을 떠나려하지 않았고 바다를 보려 하지도 않았다고 말한다. 의료진단 중 버튼은 솔라리스계획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중대한 진술을 하겠다고 말한 것을 전한다. 이것은 아까 집 안에 있던 사람들이 보는 TV 속의 장면이다. 버튼이라고 지목된 사람이 말한다. 1천피트 아래로 하강했을 때 고도 유지가 어려웠고 비행정 조종에 전력을 다하느라 바깥을 살피지 못해 운무 속으로 들어갔다고 했다. 안개는 생전 처음보는 아교 덩어리처럼 보였고 그게 창문에 온통 달라붙어 고도를 하강시켰다고 보고한다. 30분 후 둥글고도 수백미터 지름의 한 공간으로 나왔다가 바다에서 일어나는 변화를 목격했다고 한다. 수면이 잔잔해지고 표면이 투명해졌으며 일종의 노란 점액이 응고하기 시작했고 유리처럼 빛나더니 거품같은 껍질이 나타났다고 말한다. 이 물질이 응고되어 큰 덩어리를 이루고 온갖 종류의 모양을 형상화했다고 증언한다. 아래를 다시 봤을 때 정원을 봤다고 하고, 뜬금없는 정원이라는 말에 듣고 있던 사람들은 되묻지만 버튼은 아무 내색 없이 식물, 아카시아 나무, 좁은 길들이 보였다고 말하며, 플라스틱처럼 보였지만 실물과 같은 비율이었다고 했다. 그것에 갑자기 균열이 벌어졌고 거품으로 돌아가버렸다고 말한다. 자기가 목격한 것이 필름에 모두 있다고 설명하며 영상을 작동시킨다.
청문회장이 소등되고 한 남자가 창가에서 모습을 드러낸다. 그 남자 뒷편으론 새 한 마리가 앙상한 가지 위에 내려앉는다. 사람들은 스크린을 보고 있다. 스크린엔 빛나는 강이 나타나고 양광을 받는 듯 눈부시다가도 눈 덮인 설원처럼 끝없는 공간이 펼쳐진다. 그러다 점액질처럼 응고되기 시작하며 (그러는 동안에도 집 안의 사람들은 TV를 보고 있다) 스크린 안에서의 광경은 끝없는 구름으로 보이고 있다. 그때 누군가 일어나 이게 끝이냐고 묻고 필름엔 구름밖에 없다고 말한다. 버튼은 자기가 보았던 안개가 맞다며 긍정한다. 솔라리스 바다의 전류가 버튼의 의식에 영향을 끼쳤을지 모르며, 확인되지 않은 가설이지만 솔라리스 바다는 거대한 대뇌 시스템과 같아 사고를 생성하는 능력이 있다고 말한다. 집에 있던 노인은 TV를 빨리감기로 돌린다. TV 속에서 버튼은 뭔가 부유하는 걸 보았으며 그걸 잡아내기 위해 계속 접근했다고 증언하고 있다. 떠다니는 것은 물 위를 걷는 듯했으며 왠 사람의 형상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얼굴을 보았느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말한다. 물을 한 모금 마시고 돌아온 버튼은 그것이 아기였다고 말한다. 처음 보는 아기였으나 선회하면서 가까이 다가가자 마치 괴물처럼 보였다고도 한다. 의미를 묻는 질문에, 버튼은 처음에는 몰랐으나 몹시 거대하다는 걸 발견했다고 말한다. 키는 12피트 정도였고 눈은 파랬으며 머리는 어두웠다고 한다. 듣고 있던 사람은 휴식은 권고하지만 버튼은 그냥 계속하겠다고 한다.
버튼이 본 생명체는 막 태어난 것처럼 축축했으며 피부는 빛났고 스스로 움직일 수 있었다고 말한다. 버튼의 진술은 그 혹성에서의 대기 영향으로 정신이상 증세와 환각으로 이루어졌다는 진단이 내려진다. 버튼이 제공한 정보는 사실일 수도 있으며 만약 그렇다면 철저히 연구되어져야 한다고 하고, 버튼은 모든 사실을 육안으로 확인했다고 자기 의견을 고수한다. 한 남자가 일어나 이의를 제기하며 버튼의 침착함과 관찰력을 치하한다. 그리고 조사를 진행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발표자는 이미 원점으로 돌아간 솔라리스계획에 대해서 우리가 아는 것은 개별적인 사실뿐이라고 말한다. 아까 이의를 제기한 사람은 인류 지식의 경계를 넘어야 한다고 다시 얘기한다. 버튼은 다시 자신의 보고가 진실되다고 말하지만 발표자는 외부적 요인에 의해 환각이 작용되었을 거라고 말한다. 발표자는 이 분야의 연구를 중단할 것을 못박는다. 그때 TV를 보고 있던 노인이 전원을 끈다. 소파에 있던 여자가 당신을 안 지 오래되었음에도 아는 게 얼마 없다며 방을 나간다. TV를 끈 노인은 중년 남자와 같이 얘기하자고 요청한다. 여기서 그 노인이 버튼이라는 것이 드러난다.
(영화 시작 후 30분 정도밖에 볼 시간이 없었습니다. 죄송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