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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의 힘 - 낮선 일상 ( 문예 2000 - 1998년 여름호 ) - 한국시문화회관 - 문예도서관 - 문예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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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과 예술에 대한 지식, 정보, 중요한 자료들을 편집자들이 집필해 놓은 공간입니다.

강원도의 힘 - 일상의 낮설음

 

감독 / 각본 : 홍상수

촬영 : 김영철

음악 : 원 일

출연 : 백종학, 오윤홍, 김유석, 전재현

제자 / 배급 : 미라신 코리아()

 

                                                                                                                                                                                       - 문예 2000

 

Prologue

 

90년대 서울의 지루하고 남루한 일상을 4명의 주인공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되는 <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 > 로 데뷔하여 비평가들의 주목을 받은 바 있는 홍상수 감독은, 데뷔작의 후속 작품처럼 여겨지는 영화 < 강원도의 힘 >을 들고 다시 우리 곁으로 다가왔다. 홍상수 감독은 이번 작품을 통해 작가주의 영화로의 가능성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켜 주었다.

 

Synopsis

 

< 강원도의 힘 > 은 권태롭고 일상적인 내러티브를 가지면서 그 이상의 이야기는 보여 주지 않는다. 대학강사인 상권은 이미 아내와 어린 아들이 있지만 자신의 강의를 듣던 대학생 지숙과 사랑에 빠져 있다. 출판사에 다니면서 시간강사인 그는 교수임용 청탁을 위해 조니워커 블루를 들고 교수 집에 찾아가지만 어색한 모습으로 돌아서 온다. 그의 삶은 불안해 보인다. 그는 강의를 마치고 이미 교수가 된 후배 재완과 함께 둘이서 강원도로 여행갈 생각을 한다. 그 시간에 지숙도 친구 은경, 미선과 함께 강원도로 여행갈 생각을 한다. 특별한 이유없이 그냥 가 보고 싶은 것이다. 야간 열차를 타고 강릉역에 도착한 지숙과 친구들은 낙산 바닷가에서 클레멘타인을 부르고 커피숍에서 커피를 마신다. 두 친구와 헤어져 홀로 낙산사를 찾는 지숙, 정성스럽게 공양을 드린다. 어둠이 드리워진 오후 설악산 언저리에서 지숙은 중년의 남자와 눈이 예쁜 여자가 산속으로 들어가는 것을 본다. 산기슭에 버려진 물고기를 발견하고 흙무덤을 만들어 준다. 늦은 밤 민박을 알선해준 경찰관과 세 친구는 술에 취한다. “나는 내가 가질 수 있는 건 가지려고 노력하고 가질 수 없는 건 포기하려고 노력해. 그래서 어느 땐 너무 아프다. 넌 내가 정말 유치찬란하다고 할지 모르겠지만 난 내 꿈을 위해 희생해왔어.” “니가 말하는 꿈이라는 게 유부남과 사귀는 거냐? 너는 너 혼자 좀 특별하다고 생각하는 게 있어. 넌 하나도 특별한 거 없어. 다른 사람들하고 다 똑같애. 엄청 상투적이란 말이야.” 지숙 자신이 생각하는 지숙과 미선이 생각하는 지숙이 다르다. “어떤 사람이 떨어졌다. 본 사람은 없고 비명소리만 들렸대.” 경찰관이 조난인지 살인인지 알 수 없는 사건을 말해준다. 만취된 지숙, 초소에서 경찰관과 밤을 지샌다. 서울로 돌아와서도 가끔 기분이 그런 밤이면 그에게 전화를 거는 지숙. 다시 그를 만나기 위해 처음으로 혼자 여행을 떠난다. “처음으로 여행하는데 나를 만난 거구나. 지숙씨, 내가 지숙씨에게 무슨 감정을 갖고 있다고 생각해?” 술에 취한 경찰관과 지숙은 여관에서 밤을 보낸다. 아침, 터미널 커피숍에서 어색하게 커피를 마시고 담담하게 헤어지는 두 사람. 돌아오는 버스 속 지숙은 서럽게 흐느낀다.

출판사 옆 사무실이 이사가면서 버리고 간 금붕어 두 마리. 상권은 햇빛도 가려주고 먹이도 주며 보살핀다. 지숙과의 관계를 묻는 재완에게 지숙은 나이는 어리지만 지금까지 자신이 만나 온 여자 중에 가장 성숙한 여자라고 말해준다. 상권과 재완은 야간 침대 열차를 타고 강릉으로 향한다. 한낮의 비룡폭포 어귀에서 길을 묻는 눈이 예쁜 여자’, 그녀를 만나기로 하고 두 남자는 들뜬다. 그러나 바람을 맞고 기분이 상한다. 케이블 카를 타고 권금성에 오른 두 사람. 바위산을 오르려고 애쓰는 부부를 바라보는 재완 , 저기 한발짝이다. 한발짝 잘못 디디면 그냥 가는 거 아니야? 난 사람들이 왜 저런 걸 모르는지 이해가 안 돼.” 늦은 오후 여자를 만나 따져 묻는 상권. 길이 어긋났음을 알게 된다. 중년 남자와 함께 오색 약수터로 향하는 그녀의 뒷모습을 본다. 밤이 되자 나이트클럽의 여자들을 데리고 콘도로 오는 두 사람. 여자들의 재촉에 재미없는 섹스를 한다. “그 친구랑 여기도 왔었다. 새벽부터 비 맞으면서 해변가도 걷고 그랬었는데. , 우리끼리 결혼식도 했다. 진짜, 왜 애들이 하는 거 있잖니? 생각해 보니까 진짜 별 짓 다했네.” 오전의 속초공항에 앉아 지숙과 함께 했던 강원도 여행을 아무렇지도 않게 회상하는 상권. 서울로 돌아온 상권은 드디어 교수에 임용된다. 동료 교수들과 술을 마신 늦은 밤, 지숙을 불러낸다. 오랜 이별 끝에 재회, 둘은 여관에 있다. 자신이 한 때 다니던 출판사를 찾아가는 상권, 지하실에서 그 동안 잊고 지내던 금붕어를 발견하고 오랫동안 바라본다.

 

Epilogue

 

이 영화는 파편화된 삶, 지리한 일상의 주제를 가지고 있어 이전의 <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 > 에서 보여준 주제와 별반 새로울 게 없다. 주제를 심각하게 다루지도 않으며 복합적인 구성을 가지고 있지도 않다. 그러나 홍상수 감독은 영화적 현실의 전복을 통해 지금까지의 관습적인 형식을 벗어던지고 있다. 아무런 연관성이 없는 조각의 일상들이 각각 개별적인 듯 하면서도 결국은 하나의 덩어리로 연결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감독 스스로 어울릴 것 같아서취하고 리듬이 맞지 않아서버리며 재미있을 것 같아서이어붙인다고 말하고 있다. 또한 감독은 영화에 논리성이나 일관성을 내세우지 않는다. 말이 안 되는 대사, 필요 없는 몸짓, 연관성 없는 상황의 조립에는 유머가 동반되고 있다. 여기에서 유머는 웃음을 유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자기 정체성의 모습으로 살아가는 일상인들을 동일시화 시킴으로써 그 실체를 드러내게 한다. 영화는 결말을 열어놓은 척하면서도 어떤 길을 선택해도 일상은 조금의 동요도 없이 그대로 흘러갈 것처럼 보인다. 홀로 된 금붕어의 헤엄을 지켜보고 있는 마지막 장면의 상권이 금붕어에 무심해질 수도 있고 다시 애정을 가지며 기를 수도 있다. 상권의 이전에 진행된 행동을 보아서는 상권과 그 주위의 모습이 어떻게 흘러갈지 모르는 일이다. 여기서 관객들은 자신의 이야기인 듯 해결되지 않은 그 삶의 엉킴들을 영화를 보고 난 이후에도 전혀 풀지 못하고 뒤돌아 서게 된다. 텍스트 스스로 의미를 산출하지 못한다면 그 영화는 관객의 몫으로 돌아간다. 그러나 그런 의미의 생산은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빛을 바래고 힘이 빠져버릴 위험성을 가지고 있다. 감독에게 있어 출구는 부정성을 끝까지 말고나가 인간의 추함을 더 과격하게 보여주는 길이다.

영화의 대사는 플롯을 이끌어 나가고 등장인물의 성격을 묘사하는 것과 아무 관계가 없다. 재완이 약국에 들어가 안약을 사는데 재완과 약사는 , 이거 일본제군요.” “네 아주 효능이 좋아요.” “전 그냥 국산으로 주세요따위의 쓸모없는 대사를 내뱉고 있다. 인물들은 툭툭 튀어나오는 그대로 무의미한 말들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사실 우리의 일상이라는 게 의사소통 되고 일관된 말들로 이루어진 게 아니다. 이렇듯 영화속의 행동, 사건, 대사 하나하나에 의미를 생각하거나 의식의 흐름을 쫒아가다 보면 도무지 그 해답을 찾을 수 없게 된다. 그것은 우리의 일상에 내재하고 있는 무의식적이 허점들일 뿐이다. 그래서 감독이 표현하는 일상의 부조화스러움이 우리에게 씁쓸한 웃음으로 다가오는지도 모르겠다.

상권은 대학강사이고 지식인이지만 자신의 삶을 깊이 관찰하며 사는 인물이 아니다. 교수 임용에 초연한 듯 하면서도 대학교수로 있는 재완에게 술을 끼얹으며 욕설을 하고 가정과 교수라는 지위에 있으면서도 지숙과의 불륜에 얽매여 있는 인물인 것이다. 지숙 또는 상권과의 사랑 때문에 괴로워하며 여행을 떠난 듯 하나 여행지에서 다른 남자와 의미없는 섹스를 나눈다. 두 주인공의 사랑은 그들의 감정에 충실하고 있는 게 아니라 그들의 가장 일상적인 행동과 상황으로 보인다. 인물들은 자신이 특별하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상투적이고 일상적인 삶의 선상에서 그것에 대해 반항해 보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들은 어긋난 만남과 공허한 감정이 반복되는 인생을 살고 있다. 지숙과 상권이 지난번에 갔던 강원도를 다시 찾아가지만 그곳은 이미 같은 곳이 아니다. 같은 길을 따라가고 있으나 그들은 자신들이 한 번 와본 길인데도 낯설다는 것을 알게 된다. 또는 처음 오는 곳인데도 거기서 낯익은 것을 발견하기도 한다. 감독은 아주 일상적인 것이든 특별한 것이든 눈에 익숙지 않게 하여 현실의 변화를 담보해내고 있다. ‘조금만 더 긴 호흡으로 기다리자.’ 지숙의 아파트 벽에 쓰인 낯익은 글씨를 수건으로 지워 버리고 그를 다시 만났을 때 저도 이제 살아야겠어요.” 라고 외침으로써 자기 안의 혼란스러움으로부터 벗어나려 하고 있다. 지숙은 마음 속에 살아 움직이는 희망의 목소리를 낙산사에 혼자 가서 절을 하고 아직 살아있는 물고기가 밟혀 죽을까 고이 흙 속에 묻어줌으로써 표출하고 있다. 결국 쓸쓸한 현실로 돌아오게 되지만 공허함이 오래 지속되는 것은 아니다. 야간 열차에서 부딪히는 지숙과 재완, 불륜의 남녀를 각각 다른 방식으로 만나게 되는 지숙과 상권. 이렇게 그들은 같은 시간, 같은 공간에 존재하고 있 각각의 삶을 살아가고 있는 듯하다. 그러나 이들은 흩어져 있고 분리되어 있는 듯 하지만 서로의 삶을 엿보면서 관계를 맺는 연결고리로 계속 연관되고 있다.

홍상수 감독은 배우들과 일상적인 얘기를 나누고 그러면서 배우들의 그날의 감정과 태도를 관찰한 후 씬의 내용과 감정에 대해 얘기를 한다고 한다. 그것은 인위성이 최대한으로 배제된 상황에서 당신과 나를 닮은 사람들의 모습을 담아내기 위함이다. 지숙이 나이고 상권이 바로 그인 것이다. 관객들이 영화속의 주인공들에게서 우리의 모습을 발견하고 공감하길 바라는 감독의 의도이기도 하다. 주인공들은 우리 삶의 표면이 얼마나 부조리한가를 보면서 서글퍼진다. 관객 또한 동일시를 통해 리얼함에 다가가면서 함께 움직이게 된다. 그러나 서울과 강원도에서의 일상이 그렇게 떨어져 있지 않듯이 서로의 삶은 연결되어 있어 파편화되지만은 않는다. 그래서 잊고 있던 금붕어가 다시 생각나게 되고 죽어가는 금붕어를 묻어줄 수 있는 것이다. 영화와 관객은 다른 방식의 감동으로 아직 세상은 살만하다며 함께 움직이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과연 우리는 희망을 발견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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